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2002년 1월 3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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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장

몇 년전에는 이메일 연하장을 받으면 반가웠다. 그림에다 음악까지 담은 이메일 연하장을 보면 신기했다. 그런데 차츰 그런 감동이 줄었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첫째, 너도나도 하니까 흔해져서 그런 듯하다. 연하장에도 한계효용의 법칙 또는 욕망포화의 법칙이 작용하는 듯 싶다. 4-5년전에는 이메일을 쓴다는 것만도 대단한 능력이었다. 그런 시절에 연하장을 이메일로 보낸다는 것은 멋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이제 흔해져 버린 이메일 연하장은 아무래도 정성을 담는 점에서 종이 연하장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둘째, 받고 싶지 않은 연하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하고 보내오기는 하지만, 뭐 그리 진심으로 기원해 주는 것 같지 않은 것들이 있다. 상업 광고를 겸한 연하장은 반갑지 않다.

셋째, 어떤 연하장은 받는 절차가 번거롭다. 누군가가 보낸 연하장을 보려면 지정된 사이트에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연하장은 그다지 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

넷째, 연하장은 대개 영상을 담으므로 기억용량을 많이 잡아먹는다. 편지함을 너무 많이 차지한다. 차라리 그림보다는 정겨운 글 한 줄이라도 더 써 넣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메일이거나 우편이거나 연하장은 여전히 반가운 것이 많다. 오래 동안 소식이 없던 사람이 뜻밖에 안부를 전해 오기도 하고, 평소 무심한 듯 보이던 사람이 따뜻한 마음을 보여 주기도 한다. 늘 만나다시피하면서 연하장 보내겠다고 전화로 주소를 묻는 사람도 있는데, 좀 우스꽝스럽기는 하지만 그 마음은 따뜻하다고 볼 수 있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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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칼럼니스트
영산대 매스컴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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