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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그해오늘은]
소련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1991년 오늘 소련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고르바초프가 소련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스탈린이 22년에 강제로 얽어 맞춘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이라는 땅덩어리는 붉은 색이 날라간 채 어린이들의 그림 맞추기 퍼즐처럼 조각조각이 났다.
적군과 백군으로 다투던 러시아 혁명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하얀색으로 돌아간 셈이다.
그 장본인으로 소련의 사직을 팔아먹은 고르바초프는 러시아 혁명을 원점으로 돌린 반혁명가이자 실패한 혁명 실험에서 조국을 구한 제2 혁명가이기도 하다.
그가 해체된 소련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로베스피에르 같은 혁명가들이 걸어야 할 운명일 수 있다.
그는 개혁가였을 뿐 70년간의 통제경제로 굳어진 러시아 경제를 단숨에 활력있는 시장경제로 바꿀 수 있는 메시아일 수는 없었다.
농부의 아들로 대학 2년때부터 콤소몰(공산주의 청년동맹)에서 활동한 고르바초프는 공산당을 사랑한만큼 그 병폐를 아파했다.
그래서 85년 체르넨코의 사망으로 서기장이 되자 바로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로 경직된 소련의 체질을 바꾸려 안간힘을 썼다.
내부적으로는 비밀투표와 시장경제를 도입했고 외부적으로는 공산권의 울타리에서 빠져나가 도망치는 동독을 쫓아가지 않은 채 묵인했다.
그 바람에 91년 8월 보수파의 쿠데타가 일어나자 옐친이 이를 몸으로 막아냈대서 영웅이 되어 끝내 고르바초프를 몰아낸다.
그러나 쿠데타란 몸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시 군인들은 탄약도 발포할 의지도 없었고 그렇게 만든 것은 고르바초프였다.
한때 미국과 자웅을 겨루던 소련군 수뇌들이 아프리카 하사관만도 못하게 된 것은 개혁의 신념이 군부에까지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 세계일보 200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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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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