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 하세여"
"선생님 안녕하세여?"로 시작되는 편지를 가끔 받는다. "저는 초딩인데여."하고 나오면 아직
철이 없구나 하지만 대학생들까지 이런 투로 편지해 오면 어이가 없다. 연말이 되니까 "새해에
복 마니마니 받으세여." 어쩌구 하는 편지도 있는데 정말 미칠 지경이다.
젊은이들끼리 온라인으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우리말을 너무 심하게 망가뜨리고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이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왔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좀 색다른 말들을 끼리끼리 씀으로써 동류의식을 느끼려는 욕구가 있고,
그런 말들은 그 패거리 안에서만 쓰이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겪는다. 그 단계마다 끼리끼리 쓰는 말들이 있다. 그
시기가 지나면 그런 말들은 쓰지 않는다. 젊은이들의 '사이버 언어'도 한 시절 온라인에
한정되는 것이겠거니 여겼다.
그런데, 그게 아닌가 보다. 온라인 버릇이 오프라인으로 거리낌없이 연장되는 현상을
보면서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자기소개서를 그런 식으로 써 내는 구직 청년도 있다니
어처구니없다. 이는 튀는 것이 아니라 망하는 것이다. 직장 구하기가 무슨 장난인가. 취업난이
극심한 요즘에는 젊은이들 말로 하자면 더더욱 "장난이 아니다."
웃어른께 드리는 편지에, 또는 공식적으로 제출하는 문서에, "하세여" 어쩌구 하는 말을
쓴다는 것은 편안히 보아 줄 수 없다. 첫째, 예의가 아니다. 무례하다. 둘째, 자신의 정신연령이
낮음을 드러낸다. 분수를 모른다. 어느 때 어떻게 해야할지 알지 못한다. 쉽게 말하면
바보다. 무례한 바보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맘대로 하세여."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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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칼럼니스트
영산대 매스컴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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