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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부터 군대 내무반에서 개인용 컴퓨터(PC)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국방부의 방침이 발표되자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군대에서 국방기밀이 누설될 위험이 있는 데다 컴퓨터를 갖고 있는 사병과 그렇지 못한 사병들간에 위화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달 29일 국방부가 PC의 병영내 반입을 허용방침을 밝힌 다음날 KTF가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 492명 가운데 찬성이 40.7%, 반대가 59.3%로 나타났다. 반대의견이 10명 중에 6명 꼴이다. 같은 시기에 중앙일보 인터넷 사이트인 조인스닷컴이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는 "군 복무 목적에 맞지 않아 반대한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67%나 됐다.
국방부의 방침은 TV시청을 위주로 하는 병사들의 여가활용을 다양화하고 군의 정보화를 위한다는데 뜻을 두고 있다. 이미 미군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병사들이 막사 개인방에 PC를 갖다놓고 인터넷은 물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역시 신세대 GI들이 컴퓨터와 가까이 하도록 함으로써 여가선용은 물론 개인의 능력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해주려는 배려라고 하겠다.
국방부의 방침이 발표되자 어떤 신문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수도권에서도 지역에 따라 인터넷망이 아직 깔리지 않은 곳이 허다한 데 주로 오지에 위치한 군부대에까지 인터넷망을 설치한다는 계획안은 현실을 무시한 한건주의식 아이디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현재 군부대 안에서도 PC방을 따로 차려놓고 병사들이 인터넷과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국방부의 방침이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군 병사들이 막사 안에서 PC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군대도 내무반에서 PC를 사용하는 일은 곧 대세가 될 것이라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그런 점에서 국방부의 발표가 「군인네티즌」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내무반에서의 PC사용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그것이 시대적 흐름일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제대 후에 사회적응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국가적으로는 사병들의 여가시설에 대한 비용을 줄이는 등 효율적인 재정절약방법이 된다고 주장한다. 또 부대 안에서 PC를 사용함으로써 군대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들 찬성론자들은 젊은 층의 절대다수가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의 병사들이 업무시간 이후 자유시간에 내무반에서 개인 PC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개인의 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반대론자의 주장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군대는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집단인데 내무반에서의 PC사용을 허용한다면 막중한 국방기밀이 PC를 통해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 첫째 이유이다. 만약 적이 우리 군에 대해 어떤 목적을 갖고 침투하려는 시도를 했을 경우 적절히 방어할 방법이 없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것이 비록 개인의 능력개발과 사회적응을 위해 장려할 만한 일이지만,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군의 특성을 감안할 때 군사기밀이 유출이 매우 높아진다며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 컴퓨터는 아직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제도가 도입되면 가정형편이 괜찮은 사병들은 컴퓨터를 막사 안에 들여놓고 사용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병들은 심한 위화감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필자는 보안문제나 위화감 문제는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우선 보안문제는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e메일 사용의 경우 일반 직장에서도 직원들이 사내 컴퓨터를 통해 주고받는 e메일은 검색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군에서도 조직의 특성상 보안을 위해 얼마든지 사후검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위화감문제도 그렇다. 비록 PC가 개인용이라고 하더라도 같은 내무반에서 생활하는 사병들이라는 점에서 얼마든지 함께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진다. 한 가정에서 컴퓨터 한대를 놓고 가족끼리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다. 그것도 어려우면 사전에 공동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을 정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군복무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에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다. 군복무의 목적이 젊은이들에게 2년 몇개월 동안 훈련받고 보초서게 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군복무가 젊은이들 지켜야 할 신성한 의무라면 그들에게도 자기발전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군복무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사이에는 엄청난 디지털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지역간·세대간의 디지털격차보다 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표준화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터넷시대이다. 이런 마당에 2년이 넘도록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보라. 어느 누구라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따라서 이 사회에서 도태될 것이다.
실제로 군에서 제대한 복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군대생활을 하는 사이에 모든 것이 너무 변해버려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세상을 적응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특히 컴퓨터와 관련해서는 실력이 너무 뒤떨어져 있어 재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군복무 때문에 얻게 된 불이익을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라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군복무자들이 제대후에 느끼는 좌절감과 초조함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군에서 제대했을 때 자신과 경쟁하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저만치 앞서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 어떻겠는가. 그렇다고 그들에게는 당장 뒤쫓아 갈 힘(컴퓨터를 다루거나 인터넷을 활용하는 능력 등)이 없으니 걱정인 것이다.
남자 복학생들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기회균등의 차원에서 PC의 병영내 반입은 허용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에게 컴퓨터 사용의 기회를 빼앗아 버린다는 것은 개인은 물론 국가경쟁력의 차원에서도 손해이다. 그런 점에서 군대생활을 하면서 PC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국방부의 방침은 크게 환영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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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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