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2001년 12월 1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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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과 언론보도

아들이 지난해와 올해 연거푸 수능시험을 치른 학부모다. 예전에는 교육전문가들이나 쓰던 '시험문제 난이도'라는 용어를 입 달린 사람이면 너나없이 뉘 집 애 이름처럼 들먹이는 교육관심 과잉현상이 우리 집에도 그대로 반영돼 적잖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작년이나 올해나 애가 수능시험을 치르고 오자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집사람은 아우성이었다. 널뛰기 난이도가 주범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학입시는 자격시험이 아니고 경쟁시험이기 때문에 어렵고 쉬운 것보다 석차가 더욱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입시학원의 예상 점수와 언론 보도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므로 좀더 차분히 지켜보자고 하자 다른 수험생 엄마들까지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여자들이 반박하는 말은 거의 대부분 언론보도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아니 맹목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년에 언론계의 한 인사가 자신의 40년 가까운 기자생활을 회고하며 "역대 중요한 선거와 대학입시에 관한 한 언론은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거나, 오도한 잘못을 많이 저질렀다"고 말했다. 즉 정치에서는 민심보다 정치인들의 말에 더 휘둘렸고 교육에서는 언론의 계도사명보다는 선정적인 데로 흐른 점이 많다는 반성이었다.

이번에도 언론은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에 비해 점수가 얼마나 떨어졌는가, 수험생들이 도중에 퇴장하는 등 그 분노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가 등의 보도에 지면과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언론의 상업주의와 과도한 경쟁이 자리잡고 있어 본연의 계도임무는 뒷전으로 밀렸다. 언론 특성상 자극적이고 특이한 사안을 찾아 보도하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지나쳐 본말이 뒤바뀐 점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해마다 입시철이 오면 교육담당 기자들은 이런 점을 반성하며 많이 개선해오고 있다. 하지만 언론조직의 상업주의와 무리한 경쟁이 기자 개인들의 의식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없다. 그래서 이 같은 보도에 매달려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 집사람부터 지금 무슨 한가한 소리냐며 반발하는 실정이다.

입시학원이 재빨리 예상점수를 발표하는 것도 언론사들의 상업성, 경쟁과 맞물려 돌아가는 폐단 가운데 하나다. 언론에서 크게 취급받으려면 좀 무리하더라도 빨리 예상점수를 발표해야 하고 언론은 다른 경쟁사들을 의식해 또 학원들을 독촉한다.

그렇지만 입시학원과 언론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일부 현직교사들까지 입시지도를 여기에 의뢰하는 정도니 학부모 특히 주부들만 나무랄 수는 없다. 교육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이 시험을 치르는지, 학부모가 수험생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엄마들의 관심이 학원 또는 대학입시 설명장에 넘쳐나고, 괜찮다는 입시학원 부근의 집 값이 턱없이 올라 가는 이 병적이고 비정상적인 열기를 그대로 전하는 것을 '사실 보도'라고 강변한다면 그건 언론 기능의 한 면만 고집하는 것이다. 학부모와 독자,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이 증상을 치유하는 것 또한 언론의 몫이다. 아니 그걸 제대로 해내기 힘들면 최소한 여기에 영합하고 부추기는 일만이라도 삼가야 할 것이다.


-200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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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칼럼니스트
대한언론인회 전산위원회 간사,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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