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확산 막아야 한다
마약의 원조는 아편과 코카인이다. 아편은 양귀비 열매에서 추출하고 코카인은 코카나무
잎에서 추출하는 가장 원초적인 마약이다. 아편에서 나온 것이 모르핀, 헤로인,
코데인 등이고 코카인에서 나온 것이 각종 코카알카로이드계 마약이다.
마약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지난해부터 젊은이들 사이에 급속하게 번지고 있는
엑스터시와 LSD, 태국산 히로뽕 정제인 야바 등은 미국 등 유학생들을 통해 반입되고
있다. 공급선도 중국일변도에서 요즘은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등으로 다변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거래 규모도 점차 대형화 추세로 우리 주변에 폭넓게 침투되고 있는
실정이다.
마약이나 마약류는 진통 효과와 함께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연예인들이 마약과 마약류의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것은 인기에
쫓겨 정신적, 육체적으로 끝없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청순한
이미지의 탤런트 황수정씨가 히로뽕을 복용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데 이어 인기 가수
싸이가 대마초를 피워 온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팬들은 물론 시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연예인들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우상이다. 그런 만큼 그들의 언행 하나, 옷차림
하나까지 청소년들에게는 모방의 대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마약 모방범죄가
적발되기도 했다. 연예인들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동안 연예인과 유흥업소 종사 등 일부 계층에 국한됐던 마약
사용자가 최근에는 회사원, 주부, 학생 등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추세다. 마약류
가 흔해지면서 일부 고급 유흥업소나 미용실, 헬스클럽 등에서는 손님에게 맛보기로
서비스하고 있다고 하니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또 마약이 '살 빼는 약'
'정력제' '신경통약' 등으로 둔갑해 생활공간 곳곳으로 퍼지면서 직장인, 주부, 노인
등에게 무차별 공급되는 것도 문제다.
급증하는 마약사범 가운데 초범이 70%를 차지한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대검
집계에 따르면 1996년 6,100명이던 마약 사범이 지난해 1만300여명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회사원, 상인, 주부, 학생 등 일반인의 경우 96년 840여명에서 지난해 1,400여
명으로 72%나 늘어났다. 대부분 가까운 사람이나 업소에서 만난 옆 손님이 무심코
건넨 약으로 인해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마약 사용이 이처럼 늘어나는 것은 무엇보다 중국이나 태국 등지에서
생산되는 히로뽕이 국내에 대량 유입되면서 값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수사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올들어 검찰과 세관이 전국의 공항과 항만에서 압수한 히로뽕은 76㎏으로 253만명이
한 차례씩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실제 유통량은 적발된 몇 십 배인 것으로
추정돼 전 국민을 중독자로 만들 수 있는 엄청난 량이다. 대마초 적발량도 예년 수준인
50㎏을 훨씬 넘어 100㎏에 육박한다니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밀수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는 반면 인천국제공항 등에서 반입 검색이 허술한 것도
공급확산의 한 배경으로 지적된다. 당국은 공항과 항만 검색을 더욱 철저히 하고
중국 등 제3국과의 수사공조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한국의 마약지수(인구 10만명당 마약투약자 수)가 15∼16으로 미국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처럼 총괄기구 설립도 검토해 볼만하다.
미국은 1988년 마약감시국(DEA)과 별도로 백악관 산하에 마약통제정책국
(ONDCP)을 설치했다. ONDCP는 해외 유입 차단에서부터 추방캠페인까지 마약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다.
마약사범은 이제 단순 투약자나 판매책 단속으로 실효를 거둘 수 없다. 검찰과 경찰은
히로뽕 등 마약류 제조와 공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재활이나 예방캠페인을 병행하는 정부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일요서울신문 200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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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칼럼니스트
일요서울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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