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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그해오늘은]
'파오 인민공화국'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의 안톤 슈나크는 "울안에 갇힌 범의 분노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했다. 그런 눈으로보면아프리카의보호지대에서 '보호'를받는사자들도우리를슬프게한다.그리고 1924년 오늘 몽골 인민공화국이 수립된 것도 축하스럽기에 앞서 서글프다.
'인민공화국'이라는 사회주의 국가를 세워서가 아니다. 파오(천막)만을 지닌 채 떠돌던 그들이 국경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힌 듯한 것이 서글픈 것이다.
물론 몽골족은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역사상 가장 큰 나라를 세운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제국은 울타리가 끊임없이 춤을 추어 '공화국'처럼 답답한 공간은 아니었다.
정착민들이 유목생활을 경멸한다면 그들은 정착민들의 삶을 답답하다며 비웃었다. 그들도 중국에 원나라를 세워 정착하자 야성을 잃더니 쫓겨나자 다시 제모습을 찾았다.
그런 몽골인들이 공화국 안에 다시 정착하게 된 것은 아프리카에 동물보호구역이 생겨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날로 좁아지는 지구촌에서는 낙타를 타고 떠도는 괴로움도 기쁨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인민공화국'이라는 현대적 울타리 안에 자리잡은 몽골은 지난날의 악명도 위용도 찾아보기 어려운 초라한 모습이었다. 인구 100여만(현재는 약 500만)의 작고 가난한 나라였다.
하지만 그들이 유목생활에서 탈바꿈하는 모습을 우스꽝스레 볼 처지는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수천년 전에 거쳐온 길이다.
분단시대를 거치면서 몽골은 사막 너머의 먼나라같이 됐으나
그들은 가까운 친척이다. 그래서 몽골 침략을 비롯해 근대까지 허다한 애환을 나눴다.
공화국 수립 3년전 독립투사로서 몽골 마지막 왕의 주치의였던 이태준(李泰俊)이 죽은 것도 그렇다. 사막이어서 쉬이 지워져도 그곳엔 많은 독립투사들이 핏자국을 남겼다./
- 세계일보 200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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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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