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이대로 둘 것인가
청년 실업(失業)자들의 구직과의 전쟁이 끝이 안 보인다. 올해 말과 내년 초의 취업사정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졸업예정자와 졸업자는 43만명에 이르지만 일자리는 6만개에 불과해
취업문을 뚫는 것이 전쟁을 방불할 정도로 치열해졌다.
'취업대란'은 일차적으로 경기침체여파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대폭 줄인 탓이다.
기업체의 채용패턴 변화도 신규채용 경색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신규
채용에서 경력채용으로,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채용시장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면
서 대졸자의 취업문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소위 비 명문대와 비 인기학과, 지방대
출신과 여대생은 원서를 내기도 힘든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취업이 어렵다보니 석·박사와 해외유학파까지 가세해 대졸 졸업자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졌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300명 모집에 5만2천여명이 몰려 1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해외유학파를 비롯한 석·박사 7천여명이 응모했다. 또 SK
그룹도 400명 모집에 2만4천여명이 몰렸고 필기시험 합격자 1천500명 가운데 국내외
석사학위 소지자가 24%나 돼 고학력자들의 취업문턱이 높기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것은 15∼24세의 청년 실업률이 지난 9월 8.6%로 평균 실업률인 3%를
훨씬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제노동기구(ILO)가 추산한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12%에 달할 정도로 실업의 고통이 청년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1997년과 비교할 때 올해 20대 청년 취업자는 65만명 줄어든 반면 30∼40대 경력자의
취업자는 50만명 늘었다. 20대 청년의 일자리가 급격히 30∼40대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미래사회의 중추를 담당 할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한숨만 쉬고 있다면 우리 사회는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청년실업사태는 당
사자들의 고통도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인적자원을 손상시켜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생산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는 청년취업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긴급청년실업대책을
내놨으나 미봉책에 불과하다. 고졸자와 대졸자 등이 기업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3∼6개월간 실무수습을 쌓으면 매월 25만∼3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인턴제도를 시행키로
했지만 IMF이후 되풀이 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또 6천명을 대상으로 정보기술(IT) 훈련을 실시하겠다는 것도 현실을 도외시한
발상이다. 정보처리학원과정을 수료하고 IT 자격증을 딴 사람들이 취업을 못하고 놀고
있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스톡옵션의 '대박'을 좇아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벤처로
뛰어든 전문 '닷커머(.comer)'들도 벤처열풍이 사그라지고 IT 분야의 거품이
빠지면서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실업자를 정부나 지자체가 임시로
고용하거나 재교육시키는 등의 단기적인 대책은 시장의 수급원리에 맞지 않고
실효성도 적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투자여건을 개선하여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서 모색해야 한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의 신규투자 확대와, 첨단산업 분야 신규 창업
활성화, 선진 외국기업들의 국내투자유치가 해법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넓혀주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다.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면서 마구 돈을 풀어 실패한 것을
거울삼아 돈보다는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면 좋을 것이다.
구직자들도 바늘구멍 같은 대기업만을 고집하지 말고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들도 과거와는 달리 급여수준과 근무여건이 상당히
개선됐다. 회사마다 전문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대기업
경력사원으로 도전할 수 있고, 나중에 스스로 창업을 하는데도 유리할
수 있을 것이다.
취업재수생이 한 해 수십만명 쏟아져 나오고있는 것은 직업을 구할 때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구직자와 이들 주변의 지나친 기대감 등 잘못된 사회인식이
크게 작용하는 점도 문제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중소기업은 사람을 못 구해
공장 가동이 어려운 채용시장의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직업과 직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져야 한다.
- 담배인삼신문 200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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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
일요서울신문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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