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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그해오늘은]
'학원사태'의 세기
세기가 바뀐 이제 소년들은 '학원사태'라는 말을 모른다. 아쉬워 하거나 원망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원래 틀린 말이다. 교회에 교회사태가 있고 농촌에 농촌사태가 있기 마련이니 하나마나 한 소리였던 것이다.
행인지 불행인지 지난날 학원사태라는 '추상명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배움터라는 학원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학원의 시위사태'라는 것을 다들 알았던 것이다.
이런 학원사태의 세기는 1929년 오늘 광주학생사건으로 시작된다. 그 4일전 광주에서 나주로 돌아 가는 통학열차에서 일어난 한일 학생들의 충돌이 확대된 것이다.
사건은 일인 학생들이 한국 여학생을 희롱해 일어났으나 그것은 우연도 아니고 광주만의 일도 아니었다. 이날 시위에서 '대한독립만세'라는 구호가 나오듯 그것은 일본의 지배에 대한 항거였던 것이다. 개화기와 더불어 시작된 학원이 의식과 행동의 집단으로 나타난 것으로 알에서 병아리가 나오듯 필연적 과정이었다.
물론 우리 학생들이 반일운동에 눈뜬 것은 그것이 처음은 아니다. 3.1운동 직전 도쿄유학생들의 독립선언도 학원사태의 서곡이었고 만세운동을 곳곳에서 선도한 것도 학생들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전국의 학생들이 주체가 돼 운동을 이끌었고 이후 학원은 시대의 양심을 담보한 휴화산이나 활화산으로 그 전통이 20세기 내내 이어졌다.
교육수준이 낮았던 지난날 학원은 일반사회를 계몽할 눈과 함께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조직이 있었다. 교복과 교모에 배지를 단 학생들은 군복에 부대마크를 단 군대 같은 투쟁단위가 됐던 것이다.
54년 이를 기념해 제정한 학생의 날은 유신 이듬해인 73년 폐지됐다가 84년에야 부활된다. 그것이 84년에 다시 부활됐으나 요즘 소년들은 학원사태처럼 학생의 날도 모르나 아쉬워 할 일은 아니다.돌이켜 보면 '학생의 날'도 있으나마나 한 날일 수 있다.
- 세계일보 200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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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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