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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는 봉인가
독일 정부는 요즘 젊은 실업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럽 최고 수준의 사회복지제도 덕분에 마냥 놀고 먹는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관계 장관은 25세 이하 젊은 실업자들이 공공취로활동 등을 거부할 경우 국가로부터 모든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일하지 않는 자에게는 빵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는 실업자의 봉이 아니다'라고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독일 정부가 실업자의 봉이 아니라고 발벗고 나섰다면 우리나라 흡연자들은 정부를 향해 '우리는 더 이상 봉이 아니다'라고 외쳐야 할 판이다. 흡연자가 무슨 봉이라도 되는 듯 툭하면 담뱃값을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재 담배 한 갑에 붙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은 소비세 510원, 교육세 255원, 건강증진부담금 2원, 폐기물 부담금 4원, 부가세 10%다. 끽연자가 1,300원하는 '디스' 담배 한 갑을 피우면서 내는 세금과 부담금은 889원이나 된다. 여기에 현재 2원씩 물고 있는 건강증진부담금을 갑당 150원 올려 흡연자에게 덤터기를 씌울 모양이다. 가을 정기국회에 국민건강재정건전화법이 통과되면 빠르면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1월부터는 담배값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증진을 위한다니까 한숨처럼 담배연기를 푹푹 품어내며 흡연자들이 참는다고 치자. 한술 더 떠서 금연구역을 확대하여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강도 높은 금연 종합대책을 마련중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현행 건강증진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이나 학교 의료기관 등의 경우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지정토록 돼 있다. 복지부는 금연확대를 위해 금연건물로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공공기관부터 금연건물로 지정한 뒤 민간 건물도 건물주가 요청하면 금연건물로 지정하여 그 건물이나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를 물린다는 것이다. 담배 피우는 게 무슨 큰 죄인가. 경범죄의 경우 과태료가 많아야 5만원인 데 금연 구역 내 흡연행위에 대해서만 10만원을 물리겠다는 발상은 죄인 취급과 마찬가지다. 비흡연자들이 역한 담배연기에 시달리는 고충과 간접피해가 많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담뱃값을 올리고 과태료를 물린다고 해서 흡연률과 흡연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은 오산이다. 10년전 한 갑에 600원하던 88디럭스가 요즘 1,200원이다. 무려 200%나 올랐다. 단순비교지만 10년전에 비해 흡연인구가 인상폭만큼 준 것은 아니다. 아직도 우리는 '골초 왕국'이라는 부끄러운 소리를 듣고 있지 않은가. 오죽했으면 김동길 교수는 금연이 제대로 안되면 차라리 담뱃값을 10배 20배 올리라는 방안을 칼럼을 통해 제시했을까. 담뱃값을 많이 올리면 담배도둑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그 자를 도둑으로 잡으면 된다는 것이다. 시니컬하지만 차라리 웃어 넘길 수 있는 주장이다. 흡연자들은 원천징수하듯 소비세 교육세 등을 덤으로 물고 있는 성실한 납세자들이다.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담배를 맘껏 피울 수 있는 쾌적한 흡연공간 마련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 아닌가. 무조건 금연구역만 늘려 과태료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구더기 무서우면 장 담그지 말라는 발상과 비슷하다. 또 어떤 학자는 화재유발의 중요 원인이 담뱃불인 만큼 화재유발부담금을 부과하자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그 기금으로 화재진압장비구입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런 발상이라면 흡연자들이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면 실내공기 오염세를 추가로 물리고,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면 보행흡연세나 과태료를 물리게 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판이다. 흡연자들의 쌈짓돈을 털어 세금을 물리고 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모자라 과태료까지 물리려는 발상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이 기회에 끊어버리자고 마음먹어보지만 답답한 세상에 담배마저 피우지 못한다면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 두렵다. 담뱃값 인상에 앞서 농민이나 서민층의 부담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담배인심이 유난히 좋았던 우리네 인정이 담뱃값 인상으로 메말라질 것 같아 두렵다. - 담배인삼신문 2001.09.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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