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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나게 빠른 e메일, 무척 편리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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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우편이 나오기 전만 해도 우리는 멀리 있는 친구나 아는 사람에게 안부를 물을 때는 편지나 전화를 주고받았다. 전화사용이 보편화되면서 편지 쓰는 일이 크게 줄었지만 아직도 편지는 글을 통해 우정이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아주 고마운 수단이라고 하겠다. 편지는 보내는 이가 직접 쓴 글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체취를 느끼게 돼서 좋고, 전화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치 가까운데서 말하는 듯해서 반가워진다. 우리는 편지를 읽거나 전화목소리를 듣는 순간 마치 상대방이 바로 옆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편지쓰기가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요즘에 와서 친구들 사이에 편지 주고받기는 아주 오래 전의 얘기가 됐지만 전화는 언제라도 할 수 있어 한번 맺은 우정을 지속하는데 매우 중요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 그래서 친구가 한동안 전화를 해주지 않으면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좋든 싫든 친구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형식적인 전화를 하는 경우도 많다. 친구들이나 지인의 목소리를 전화로 들으면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것만 못하지만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고, 깊은 얘기까지 나눌 수 있다. 전화야말로 1백여년 동안 최고의 통신수단으로 군림해왔다. 그런데 이 같은 전화의 위상이 최근 2∼3년 사이에 전자우편(e메일) 때문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핸드폰이 아니라면 벌써 자리를 빼앗겼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N세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통신수단은 물론 핸드폰이지만 e메일이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각기 다른 곳에서 컴퓨터에 앉아 채팅을 하는 일도 예사로워졌다. 기성세대들은 "아무래도 전화보다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말하겠지만, 그들에게 물어보면 "채팅은 마주 보고 얘기하는 것 이상으로 현실감과 친밀감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요즘에 와서는 아예 핸드폰으로 목소리가 아닌,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상대방과 통신을 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를 모바일통신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엄지손가락을 주로 쓴다고 해서 엄지족이라고 부르며, 모바일네티즌(mobile netizen)의 준말인 모티즌(motizen)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네티즌들이 채팅이나 모바일통신을 즐기는 것은 e메일 사용이 일상화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알게 되면 누구나 e메일 주소를 갖게 된다. 이때부터 e메일이 얼마나 편리한지를 알게 되고, 그러다가 편지는 물론 전화조차 하지 않고 e메일로 이쪽의 소식을 전하고 저쪽의 안부를 묻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행동이 네티즌의 대열에 합류하는 초기현상이라고 하겠다. 전자우편을 사용하다 보면 "이렇게 편리한 통신수단이 또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나의 글이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그러면서도 우송료는 공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몇 차례 e메일을 아주 요긴하게 써먹었다. 올해 초 미국에 연수교육을 간 막내동생과 난생 처음으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바로 전자우편(e메일)이었다. 아마 이 것이 없었다면 막내동생과 편지를 주고받는 일은 아마 영원히 없었을는지도 모른다. 그 동안 전화는 한 두번 했지만 요금 때문에 통화를 간단히 하느라 자세한 얘기를 못 나누었지만 인터넷을 통한 e메일로는 긴 내용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다. 필자는 e메일을 통해 형으로서 동생에 대한 사랑을 전할 수 있었고, 동생도 무척 반가워하면서 답장을 보내주었다. e메일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약간은 소원해진 형제간의 우의를 다지게 해준 셈이라고 하겠다. 또 전화상으로는 아주 곤란한 내용이라도 e메일로는 자연스럽게 이쪽의 뜻을 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필자가 모 월간지에 칼럼을 기고했으나 책이 나온지 두달 가까이가 돼도 원고료를 보내지 않기에 전화하기가 뭣해서 e메일을 보낸 일이 있다. 다행히(?) 얼굴 붉히는 일없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혹시 전화로 따졌다면 불쾌한 감정이 표출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필자의 딸이 유럽에서 배낭여행을 하는 중인데 가끔 국제전화가 걸려오지만 "통신비가 많이 드니 급한 일이 아니면 e메일을 사용하라"는 편지를 e메일로 보냈다. 아마도 며칠 있으면 e메일로 답장과 함께 소식을 보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처럼 e메일이 마냥 편리하기만 하고 다른 문제는 없는 것인가.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보내는 방식이나 태도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마디로 성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필자의 경우도 2년 전부터 e메일을 쓴 뒤로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몇몇 친구들이나 동생, 또는 후배들에게 전화 대신 e메일로 안부를 묻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이쪽에서 소식을 보내놓고는 답장을 기다리는 형식이다. 어쩌면 「답장이 안 와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회신이 없으면 섭섭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네티즌들은 아주 친한 사이인 경우라 해도 급하지만 않다면 전화 대신 e메일을 보내는 일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필자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성의가 없다거나 진실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직접 전화를 걸어오는 것보다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전해오는 친구들의 메일이나 메시지가 훨씬 반갑고 더 인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메일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연인들끼리의 애정, 친구간의 우정, 형제자매간의 우애를 한층 돈독하게 해주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할 것이다. 만약 50대 이상의 부모들이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e메일을 쓸 줄 안다면 e메일로 안부인사를 자주 해서 효자라는 소리를 듣는 젊은 네티즌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도 가져본다. 그러나 e메일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다. e메일이 아무리 편리하고 빠르고, 값싼 통신수단이라고 하더라도 직접 전화하는 것만은 못한 것이 확실하다고 하겠다. e메일에 익숙해 있다 보니 요즘은 전화를 주고받는 게 마치 직접 만나는 것처럼 반가워진다. 메일로는 진정한 친구를 사귀기 힘든다고 말한 어느 사이트의 기고자 글에 공감을 갖게 된다. 이는 필자가 50대 중반의 「늙은 네티즌」이기 때문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e메일도 좋지만 당장 보고싶은 친구에게 전화라도 한 통 해보자. 친구의 목소리에서 사람냄새를 느껴보고 다시 한번 우정을 확인해보자. ----- 200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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