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8월 31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313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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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국립박물관

'애물단지' '돈먹는 공룡' - 서울 용산에 짓고 있는 새 국립중앙박물관에 붙여진 불명예스러운 별명이다.신축 박물관이 ‘애물단지’가 되리라는 것을 학계와 전문가들은 지난 1993년 공사가 시작되기전부터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용산이 한강에 인접한 저습지로 습기가 많고 지반이 약해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관하는 박물관 건립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이 주둔하기 전에는 수해 때마다 상습적으로 침수됐던 이 지역에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을 많은 이들이 반대했다. 그러나 박물관 건립은 강행됐고 약한 지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려 5,000개의 철근 기둥을 박아야만 했다.

미군기지에 포위된 듯한 입지 조건도 문제다.장기적으로 는 미8군기지의 이전을 예상하고 계획한 것이라지만 용산 기지의 이전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더욱이 용산 박물관 바로 옆에 미군 헬기장이 있고, 이곳에서 하루에도 수십 차례 뜨고 내리는 헬리콥터의 굉음과 진동은 박물관 소장품과 관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박물관 기능에 적합하지 못한 건축설계에다 끊임없는 설계변경,그로 인한 공사지연과 건축비 증가, 건립조직의 문제,예산과 전문인력의 부족 등도 계속 지적돼 왔던 사항들이다.심지어는 방재시스템조차 믿기 어렵다 한다.오죽하면 국회문화관광위원회가 진상조사보고서까지 냈겠는가.지난 4월 발표된 이 보고서는 기획·설계·시공 등 건립과정 전반에 문제가 나타나 총체적인 부실이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는데 최근 다시 박물관 구조물 안전과 항온 항습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관리동 4층 기둥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휘었고 방수 설계 잘못으로 전기박스에 물이 차고 콘크리트에 백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다.

2002년말 준공,2003년 말 개관 예정인 용산 국립박물관은 이대로 가면 개관 이후에도 '애물단지'가 될게 뻔하다.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전문가들 사이에선 용산 박물관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또 하나의 새만금사업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그러나 지난 4월 전체공정에 대한 종합점검후 준공 및 개관일정을 재조정할 방침이라던 문화 관광부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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任英淑 대한매일 논설위원실장
대한매일 200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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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