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8월 4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302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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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다닐 수 있는 노트북 컴퓨터의 고마움

길을 가다보면 노트북 컴퓨터가 든 가방을 둘러메고 다니는 젊은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노트북 컴퓨터는 언제 어디서라도 전원에만 연결하면 곧바로 회사일을 보거나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어 샐러리맨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주요품목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노트북 컴퓨터는 이제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수첩처럼 상당히 보편화된 필수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기능 좋은 PDA가 등장하면 노트북 컴퓨터를 밀어낼지 모르지만 아직은 이만한 물건은 없는 것 같다.

노트북 컴퓨터는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만큼 온갖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정부부처에서 정책발표를 할 때 주로 수첩을 쓰던 기자들이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TV뉴스시간에 앵커들이 노트북 컴퓨터를 책상에 올려놓고 뉴스를 진행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심지어 대통령이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거나 성명을 발표할 때도 노트북 컴퓨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기자나 뉴스앵커가 아니더라도 전문가들이 모여 세미나를 할 때 발표자나 토론자가 과거 인쇄물을 사용하던 것과는 달리 노트북 컴퓨터를 기조연설을 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펴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종이를 보고 말하는 것보다는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왠지 멋져 보이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지휘자 함신익씨가 음악연주회에서 지휘할 때 종이 악보 대신 노트북 컴퓨터를 음악계 최초로 이용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휘하던 도중 한 번의 클릭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으니 종이 악보보다는 훨씬 편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첨단장비를 남 먼저 이용하는 지휘자의 지혜가 부럽다.

필자도 지난 2월부터 한천과 관련한 책의 원고를 쓰기 시작하면서 언제 어디서라도 글을 쓸 수 있도록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닌다. 무게가 꽤 나가는 것이어서 오랫동안 들고 다니면 팔이 아플 정도지만 급할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아주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으니 시야밖에 놓아두는 일은 없다. 핸드폰은 깜빡 잊는 경우가 있지만 이것만은 늘 몸에 붙어 있다.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이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타고 가던 승용차를 주차해 놓을 때 반드시 노트북 컴퓨터를 갖고 내린다. 문서를 작성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혹시 차 속에 두었다가 잃어버리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노트북 컴퓨터 안에는 1년이 넘도록 준비해온 자료와 몇 달 째 쓰고 있는 원고내용이 들어있다. 그런데 이것을 잃어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친구들이나 주위사람들이 "그렇게 무거운 것을 왜 들고 다니느냐"고 물으면 자동차는 누가 훔쳐가도 괜찮지만 노트북 컴퓨터는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자동차는 다시 살 수 있지 만 노트북 컴퓨터에 들어있는 원고내용은 다시 찾을 수 없으니 도난방지에 철저를 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가 무거운 노트북 컴퓨터를 어깨에 맨 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젊은이들이 "나이든 사람이 웬 노트북이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는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50대의 나이에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으니 그렇게 여기는 것을 이상하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PC를 사용할 줄 알게되면서 만약 컴퓨터가 없었다면 글쓰는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면서부터는 만약 이것이 없었다면 적잖이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앞으로 「손바닥 컴퓨터」로 불리는 PDA사용이 보편화되면 무겁기 짝이 없는 노트북 컴퓨터가 우습게(?)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 기자들처럼 노트북 컴퓨터를 유용하게 쓰는 사람도 드물 것 같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전화로 기사를 부르거나 종이로 쓴 기사를 팩스로 보내던 것을 이제는 노트북 컴퓨터를 갖고 다니다가 이것에 직접 써서 바로 전송하면 되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 됐다.

사진기자들의 경우는 더욱 편리해졌다. 과거에는 지방에 큰 사건이 생겨서 현장취재를 하러 갔을 때 사진을 찍은 뒤 전송할 방법이 없으면 고속버스나 택시운전사에게 필름통을 맡겨서 서울까지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감시간에 늦게 배달되거나 아예 배달이 되지 않아 신문제작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아예 디지털 카메라로 현장 사진을 찍어서 노트북 컴퓨터로 전송하면 곧바로 회사에서 받게 되니 마감시간에 늦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신문사에서 사진기자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회사를 떠나라는 뜻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노트북 컴퓨터는 책상 위에 놓고 쓰는 PC보다 효용가치가 더 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 보편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데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PC만을 사용하는 사람보다는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사용하는 훨씬 유리해진다.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고 책상 위의 PC만 쓰다가는 경쟁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 능력이 정보격차를 낳고 이것이 더 심한 빈부격차 등 또 다른 격차를 낳는다.

머지않아 손바닥에 들어오는 PDA가 널리 보급되면 노트북 컴퓨터의 기능을 어느 정도까지 따라갈지 모르지만 아직은 노트북 컴퓨터가 편리한 것만은 사실이다. 게다가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하니 이놈(필자는 이 글을 노트북 컴퓨터로 쓰고 있다)이 아무리 무겁더라도 싫다 않고 들고 다닐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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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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