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7월 24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95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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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그해오늘은] '부엌大戰'



소련 공산당 서기장 흐루시초프와 미국 부통령 닉슨이 1959년 오늘 '부엌'에서 만난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국 무역박람회장에 들른 흐루시초프가 토스터나 식기세척기 등 부엌용품이 진열된 전시장에서 닉슨과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농담을 좋아하는 흐루시초프가 가만 있을 리 없어 둘 사이에 논쟁이 벌어진다.

"미국 노동자들이 모두 이런 사치품을 살 수는 없겠지요?" "요즘 미국의 철강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는 건 알고 계시지요? 그들도 다 이런 것을 사서 쓰고 있지요."

냉전시대에서도 절정기여서 미소 사이에는 핵무기가 어른거리는 듯한 50년대 말에 너무 한가한 '부엌 논쟁' 같지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자존심이 걸린 체제우위 논쟁이었다. 냉전중 모든 논쟁이 그렇듯 이것도 승부가 시원하게 가려지지는 않았으나 닉슨이 '빅승'을 거둔 셈이었다. 닉슨이 잘했다기보다 흐루시초프의 경솔함이 돋보인 논쟁이기도 했다.

그런 싸움에서도 상대를 알면 이기거나 적어도 지는 일은 없었으련만 흐루시초프는 미국인들의 일상용품에 '사치품'이라고 부르는 자충수를 두고만 것이다.

닉슨이 여기서 거둔 빅승은 그의 정치적 자산으로서 훗날 대통령이 되는 밑거름이 된다. 반면 그 5년 뒤 흐루시초프를 궁중쿠데타로 내몬 세력들은 '품위문제'를 거론했으며 여기엔 이 부엌 논쟁에서의 빅패도 한몫했다.

그러나 이 논쟁은 또 소련이 음울한 스탈린 시대를 벗어나 인간적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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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세계일보 200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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