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7월 22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94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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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의 인기는 과연 거품이었나

초보 네티즌이 인터넷을 배운 뒤 전자우편을 사용하기 위해 ID를 정하려면 마음에 드는 것을 갖기가 쉽지 않다. 웬만한 ID는 고참 네티즌들이 벌써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공간에서의 ID는 현실세계에서의 이름과 같은 것이어서 네티즌들은 누구나 멋진 ID를 갖고 싶어한다. 그러나 인터넷 이용자수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마당에 부르기 쉽고 외우기 쉬운, 그러면서도 좋은 뜻이 담겨 있는 ID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는 일이다.

초보네티즌이 이 같은 과정을 지나 어느 정도 인터넷에 대해 알게 되면 홈페이지를 가지려 하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도메인이다. 도메인이란 상점으로 치면 상호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도메인 역시 전자우편의 ID처럼 「상점」의 특성을 단번에 알 수 있으면서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도메인을 구하기란 마음에 드는 ID를 갖는 것 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어서 홈페이지를 만들려는 사람의 속을 상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내가 기껏 생각해낸 이름을 검색했을 때 이미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될 때는 정말 섭섭해진다.

도메인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선점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나에게는 필요 없는 것인데도 남이 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특정도메인을 미리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비슷한 업종끼리 도메인 선점을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한 회사에서 남이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비슷한 이름의 도메인을 여러 개 확보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또 장삿속으로 유명인의 이름을 자신의 도메인네임으로 등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잘만하면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다가 이것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고 돌려주게 됐다는 뉴스도 가끔 접하게 된다.    

좋은 도메인이나 특수한 도메인이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되는 사실을 우리는 보도를 통해 자주 접하고 있다. 「buisiness.com」이 지난 99년 11월 7백50만달러에 팔린 것은 유명한 얘기이다. 이 금액은 지금까지 거래된 도메인 가운데 최고액이다.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업체인 두루넷이 쓰고 있는 「korea.com」도 한 재미교포로부터 5백만 달러에 사들인 것이다.

이처럼 좋은 도메인이 엄청난 값에 매매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른바 도메인 사냥꾼이 날뛸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그래서 지난해만 해도 좋은 도메인은 「큰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너도나도 좋은 도메인잡기 경쟁이 치열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무리 좋은 도메인이라고 해도 그것을 돈으로 만들기는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됐다. 가능성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지 실제로 비싼 값을 받기가 어렵다 보니 도메인의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마치 여건 좋은 아파트가 호가는 비싸면서도 막상 팔려고 하면 원하는 사람이 없어 나중에는 생각보다 싼값에 거래되는 경우와 같다고 하겠다.

사실 필자도 1999년 6월말 개인도메인 「pe.kr」을 등록할 수 있게 된 뒤로 가족 모두의 도메인을 가진데 이어 "좋은 도메인을 갖고 있으면 좋은 일이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시간만 나면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도메인네임을 검색하여 임자가 없는 것은 그 자리서 등록했다. 당장은 필요 없지만 언젠가는 「물건」이 되리라는 기대감에서였다.

이렇게 해서 갖게 된 도메인만도 한때는 50개가 넘을 정도였으니 남들이 말하는 아마추어「도메인사냥꾼」부류에 속하는 셈이었다. 멋진 이름의 도메인을 차지하고 난 뒤의 기분이란 무척 상쾌한 것이어서 도메인사냥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느낌을 잘 모를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올해 들어 이용기간이 끝나는 도메인에 대해 상당수를 포기하고 말았다. 도메인으로 아무런 재미를 볼 수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써 확보한 도메인을 포기하기란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50여개나 되던 필자의 도메인은 이제 30개도 안된다. 도메인의 환상에서 깨어난 마당에 더 이상 갖고 있을 이유가 없으니 계속 포기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연말쯤이면 20개 정도로 줄어들고 내년엔 꼭 필요한 것만 10여개 갖게 될 것 같다.

필자처럼 자신이 확보했던 도메인을 버리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국가도메인인 「.kr」의 등록자수가 지난해 말 51만7354개로 정점에 오른 뒤 올들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com」과「.net」의 인기도 크게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지난해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도메인의 인기가 거품이었다는 뜻이다.

도메인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해서 도메인의 가치를 부인한다는 것은 분명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겠다. 남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도메인네임으로 돼있는 홈페이지나 사이버가게가 그렇지 못한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로 붐비게 될 것임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인터넷시대에서 남들이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도메인을 가진다는 것은 네티즌에게는 필수사항임에 틀림없다. 가게에 있는 상품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가게이름이 상품에 어울리지 않거나 기억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아마도 그 가게는 파리를 날리다가 문을 닫고 말 것이다.

도메인이 인기가 없다는 것과 가치가 있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필자가 특히 초보네티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마음에 드는 도메인을 반드시 1∼2개는 확보해 놓으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필요 없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가치를 지니게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서둘지 않으면 얼마 가지 않아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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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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