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7월 7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90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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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그해오늘은] 홈즈를 쫓는 탐정



1930년 오늘 코난 도일은 숨지나 '셜록 홈즈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영국의 심리학자 로저 스틸이 발표한 '배스커빌의 집'이라는 '추리 연구서'가 도일을 살인자로 단정한 것이다.

스틸은 도일이 작가이자 친구인 버트램 로빈슨의 '다트무어의 모험'을 표절해 1901년 '배스커빌의 사냥개'를 발표한 것이 들통날까 두려워 자신의 정부인 로빈슨의 아내를 시켜 독살시켰다는 것이다.

로빈슨은 1907년 장티푸스로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죽기 전에 병원을 찾지 않았고 장티푸스로 죽은 시체를 화장하던 당시의 관례와 달리 유골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진상이야 어찌됐건 엉뚱한 인물이 진범으로 드러나는 도일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물론 도일을 옹호하는 측은 그가 보어전쟁에서 의사로 활약한 공로로 기사작위까지 받는 등 범죄와는 거리가 먼 인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스틸은 도일이 의사였다는 점을 들어 독살혐의를 키우고 있다.

이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영국 사회도 소설 같다. 그들은 영국의 자랑스런 문인을 모독한다며 스틸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추리소설을 읽듯이 지켜보고만 있다. 도일의 소설에서 곧잘 얼빠진 모습으로 비치는 영국 경찰도 로빈슨의 유해를 검사할 의향은 비쳤으나 아직도 신중한 모습이다.

영국의 자랑은 도일이라는 탁월한 작가보다도 이런 앵글로 색슨적인 풍토인지 모른다. 바로 그런 풍토에서 도일이 나왔고 그에 앞서 '만인은 만인에게 늑대'라던 철학자 홉스도 나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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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세계일보 200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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