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30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87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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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보완돼야 할 운전중 휴대전화 단속지침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이 오는 30일부터 단속에 들어가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분분하다. 경찰이 마련한 세부단속지침에 모호한 부분이 많아 앞으로 단속이 실시되면 운전자와 교통경찰 사이에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속을 앞두고 대형 할인점에서부터 동네 편의점까지 핸즈프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주요 인터넷 쇼핑몰과 대형백화점에서도 이와 관련한 특별 코너를 마련하고 2천억원대에 달하는 특수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자동차 사용인구 1천2백만명이 잠정고객이니 그럴 만도 하다고 여겨진다.

단속지침을 보면 운전을 하다가 휴대전화에 손만 대도 단속대상이 된다. 더구나 운전 중에 핸즈프리로 전화를 걸기 위해 단추키만 눌러도 위반행위가 된다. 지침에서는 「운전중 휴대전화 금지」의 정의를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손에 잡고 전화를 걸거나 통화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운전도중에 통화를 하는 행위가 모두 단속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휴대전화를 차량에 부착시키는 핸즈프리 또는 이어폰을 사용해 통화를 할 경우는 괜찮다. 그러나 핸즈프리나 이어폰을 이용하더라도 운전자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행위는 단속대상에 포함된다. 주행 중 전화를 걸기 위해 다이얼을 누른다든지 이어폰으로 통화하면서 한 손으로 마이크를 잡는 것은 적발대상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신호대기나 차량정체 등에 따른 정차상황에서는 통화를 해도 괜찮다고 돼있지만 이 때도 문제는 뒤따른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다시 운행할 때 통화를 갑자기 끊기가 어려운 만큼 이 규정도 실효성이 의문스럽다.

경찰은 일단 7월 한달 동안을 계도기간을 정하고 8월1일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가기로 했다지만 아무래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대목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단속이 될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운전중에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교통사고의 위험을 막아보자는 뜻에서이다. 실제로 휴대폰을 사용하다가 교통사고를 낸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운전중 통화할 때는 혈중 알콜농도가 0.1%와 같고 따라서 사고율도 5∼6배 가량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운전중 통화가 음주운전 못지 않게 위험한 일이니 단속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연구결과를 보면 운전중 핸즈프리나 마이크가 달린 이어폰을 사용하더라도 운전자의 집중력이 떨어져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브레이크를 밟는 시간이 평균 1.41초가 소요됐다. 이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을 때의 1.18초보다 0.76초가 더 걸린 것으로 운전중 통화가 안전운전에 지장을 주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또 대부분 운전자들은 휴대전화 사용중 1분당 심장박동 횟수가 휴대전화 사용전보다 7∼13회나 빨라지고 통화 후에는 최대 15회나 빨라지는 등 심리적인 부담을 느겼으며, 통화중에는 핸들이 1∼2도 가량 흔들리고 신호대기 후 출발시간이 다소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보고서는 "운전 중에 통화할 경우 운전자 눈동자는 앞에만 고정돼 좌우측으로 돌려지지 않으며, 조금 심각한 대화를 할 때는 망막에 들어온 장애물을 두뇌가 전혀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장애물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는 반응시간이 0.5초 늦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지난 해 휴대폰사용자 7백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 10명중 1명이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교통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고가 난 이후 이동전화 사용을 하지 않는 경우가 7.3%에 불과하며, 51%가 사고 후에도 이동전화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조사결과를 보면 마치 음주운전에 익숙해 있는 사람이 교통사고의 위험을 알면서도 계속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와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운전중 통화를 단속해야 하는 당위성은 여기서도 발견된다.  

경찰당국은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금지는 안전확보라는 차원에서 단속이 이루어 질 것이며, 교통경찰관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단속과정에서 논란의 시비가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상황을 참작해서 융통성 있게 단속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 건수 올리기식 단속에 익숙해 있는 경찰의 생리로 볼 때 예방차원에서라기 보다는 적발위주로 흐를 것으로 우려된다.

운전중 통화에 대한 단속실시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운전 중에 라디오 볼륨조작은 괜찮고 핸즈프리 단축키를 누르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은 어디에 기준을 두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더구나 이어폰을 입에 가까이 하기 위해 손으로 잡는 것까지 단속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에 어긋나는 발상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어떤 시민은 “규정대로라면 신호대기 중에 통화를 하다가 다시 진행을 시작하면 바로 전화를 끊거나 갓길로 차를 세워야 하는데 이는 오히려 차선을 변경하려다가 사고를 내거나 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민들의 불만이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번에 내놓은 단속지침은 운전중 통화를 발생되는 교통사고의 위험을 줄이겠다는 본래의 취지보다는 강력한 단속으로 운전중 통화를 무조건 막아놓고 보자는 행정편의주의 발상이 엿보인다.

운전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행위는 음주운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위험한 행위인 만큼 적극적으로 단속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운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경찰에서는 당분간 계도위주로 단속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간다고 하니 그 동안에 발견되는 문제점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보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운전중 통화는 반드시 막아야 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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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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