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29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86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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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이 강한 벌레처럼

이메일 수신함에 모르는 이들이 보낸 상업적인 편지들이 쌓인다. 이런 편지를 스팸, 또는 정크 메일이라고 하는데 이 용어들은 미국인의 생활 주변에서 온 것이라 그대로 쓰기가 그리 내키지 않으니 여기서는 ‘쓰레기 편지’라고 해 보자.

지우고 나면 오고 또 온다. 쓰레기 치우기는 귀찮은 일이다. 이메일을 이용한다는 것은 결국 편지들 지우기에 시간을 바치는 일이다. 차단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쓰레기 편지들은 송도 말년의 불 가사리, 또는 살충제에 내성이 강해진 벌레떼와 같아 효과가 별로 없다.

쓰레기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도 받는 사람들이 매우 싫어한다는 것과 차단장치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 편지들 대부분이 읽히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려진다는 것도 잘 안다. 미사일 쏘는 자가 요격 미사일을 고려해야 하듯이 그들도 장애들을 극복하려고 고심한다. 그 노력은 재미있으며, 한편으로는 눈물겹다.

발신 이메일 주소를 자주 바꾸는 것은 그들의 기본 수법이다. 그리고 답신을 받지 않는다. 큰 첨부파일을 딸려 보내 컴퓨터 용량을 잡아 먹는 것에 화가 나서 발신자한테 돌려보내면 배달되지 않고 되돌아 온다. 그들은 우선 편지를 열어보게 하려고 제목으로 유혹하거나 착각에 빠지도록 하는 수법을 계속 개발한다. [re:]라고 써서 답장이 온 것으로 오인하게 한다. ‘추신입니다’하고 뭔가 다시 알리는 것처럼 꾸 민다. ‘오랜만입니다’하고 친밀한 사이처럼 가장하거나 제목을 숨겨 궁금증을 일으키게 하는 방법도 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쓰레기 편지를 막는 신통한 묘방은 없다. 자주 쓰레기를 치우고 가끔 속아넘어가면서 사는 수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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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칼럼니스트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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