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28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85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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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질병

한국에 토착형 말라리아가 존재한 것은 무척 오래된 것 같다. 옛 어른들은 이를 학질이라 했다. 48시간 간격으로 열이 난다고 해서 '하루걸이' 라고도 했고, 학질을 겪고 나서야 어른이 되어 제구실을 할 수 있다고 여겨 '제구실'이라고도 불렀다.

동의보감 '내경'에도 '여름철 더위에 상하면 가을에 학질이 생긴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열, 오한, 두통 등의 증세는 현대의 삼일열 말라리아 증상과 임상적 특성이 비슷하다.

1960년대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원아래 말라리아 박멸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친 결과 70년대 후반부터 거의 사라졌던 말라리아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93년부터 경기 북부지역의 장병들에게서 다시 발견되기 시작했던 말라리아 환자는 민간인들에게 옮겨 지난해만 해도 2천600여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770여명의 환자가 경기 북부지역이었다.

말라리아의 확산은 병원체를 옮기는 모기떼의 창궐 때문이다. 특히 경기 북부지역에 말라리아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모기가 북한쪽에서 넘어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지난해의 경우 대략 10만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될 만큼 말라리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말라리아 환자 발생 지역이 휴전선을 따라 동서로 길게 분포돼 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계속되는 이상고온현상과 환경오염에 따른 천적의 감소로 모기떼는 해마다 늘어나고 벌써부터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웅덩이에 미꾸라지를 풀어 모기유충을 잡아먹는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야영이나 낚시, 또는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말라리아에 감염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니 모기에 물리지 않게 조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말라리아는 '후진국 병'으로도 불리는 만큼 토착화할 경우 국민보건을 위협할 뿐 아니라 위생이나 환경 후진국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국가적 수치이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말라리아를 비롯한 세균성 이질과 홍역, 장티푸스 등 전염성 강한 질병이 확산되어 국민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모기박멸과 위생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겠지만 당국의 철저한 방역대책으로 질병에 시달리지 않고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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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칼럼니스트
일요서울신문 편집인 겸 편집국장
200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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