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26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84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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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그해오늘은] 마법의 탄환



1909년 오늘 독일의 엘리히가 발명한 매독치료제는 '구제한다(Salvation)'는 뜻의 '살발산'이나 '마법의 탄환'으로 불렸다. 콜럼버스가 담배와 함께 서인도에서 가져온 이 '르네상스 에이즈'와의 싸움에서 인류가 얼마나 헛총을 쏘았는가를 말해준다.

매독은 신대륙 발견 이듬해인 1493년부터 스페인 등지에서 크게 번졌기에 서인도 풍토병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이사벨라 여왕의 격려로 바르셀로나를 행진한 콜럼버스 일행은 '신대륙 발견자'이자 '신 전염병 보급자'들이었다. 당사자나 구경꾼이나 바보들의 행진을 펼친 셈이었다.

그로부터 300여년 뒤에야 엘리히의 발명이 나온 것은 한스럽다. 반세기만 앞섰으면 보들레르가 1867년 어머니의 품에 안겨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흐가 말년에 정신착란을 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창녀 애인들을 두었던 이 두 예술가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더라면 고흐는 특유의 색감을 얻지 못했고 보들레르는 '악의 꽃'을 남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너의 향기 가득한 옷자락 밑에/ 내 아픈 머리를 묻고/ 한송이 시든 꽃처럼/ 네 사랑의 냄새를 맡고 싶다/ 잠들고 싶다/ …/ 너의 침상의 심연보다 나은 것은 없다./ …"

그러나 매독이 물러 가자 에이즈가 찾아와 록 허드슨이 진짜 비극영화 같은 말년을 보냈다. 여기에도 언젠가는 마법의 탄환이 나올 것이나 그때쯤엔 어떤 '풍토병'이 그 검은 왕좌에 올라 있을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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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세계일보 2001.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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