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22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81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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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휴대폰전자파 문제

휴대폰 전자파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한 숙제로 부각되고 있다. 휴대폰에서 발생되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지만 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아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 채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전자파에 대한 연구는 휴대폰 사용이 보편화되기 훨씬 전부터 있었다. 지난 69년 옛 소련에서 처음으로 이 문제에 관한 연구가 시작됐으며 79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전자파의 유해성에 관한 학술 논문이 처음으로 발표됐다. 송전선에 대한 노출과 어린이들에게 발생하는 암의 연관성을 조사한 이 연구결과는 고압송전선 근처에 사는 어린이집단의 암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어린이 집단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0년대 들어 미국 환경청은 전자파에 대한 노출과 암의 연관성에 대해 "연관성은 있어 보이나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고 발표했고, 미국 대통령부설 과학 및 기술정책실은 "가전제품이나 송전선에서 배출되는 전자파가 인체건강에 특별한 위험을 발생시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 국립과학연구원도 지난 96년 10월 "과거 17년에 걸쳐 발표된 500여건의 전자파관련 연구보고를 검토한 결과 전자파노출이 인체에 위협을 가한다는 신뢰성 있는 증거는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자파 노출은 질병발생과 상당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96년 보건복지부가 「전자파 주의에 관한 공식 경보」를 통해 임신부는 컴퓨터 사용을 주 20시간 이내로 할 것, 전기 담요나 히터는 잠잘 때 사용하지 말 것, 컴퓨터 모니터는 60㎝ 이상의 거리를 둘 것, 이동전화기는 짧게 사용할 것, 전자제품 사용 후에는 플러그를 뽑을 것 등 전자파 유해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노출을 줄이도록 경고한 바 있다.

어쨌든 휴대폰 전자파가 인체, 특히 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을 지닌 가운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파가 해롭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최근 들어 초등학생들까지 휴대폰소지가 보편화돼있어 이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에서는 16살 이하의 청소년들은 휴대폰 소지를 자제토록 하고 있다. 어린이의 두개골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뇌조직의 온도가 빨리 올라가서 그만큼 위험하다는 의학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휴대폰전자파가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안윤옥·강대희 교수팀이 지난해 정보통신부의 의뢰를 받아 전국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휴대폰 사용자 4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휴대폰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휴대폰 사용자들이 이용시간에 비례해 두통, 귀울림, 어지럼증, 메스꺼움 등 각종 신체적 이상증상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71분 이상 사용자는 14분 미만 사용자에 비해 두통 1.2배, 메스꺼움 2.2배, 귀울림 2.7배, 어지럼증 2.6배 정도 더 느끼고 있었다. 또 휴대폰을 구입한 이후 누적 이용시간이 1350시간 이상인 사용자는 150시간 미만 사용자보다 메스꺼움 4.9배, 어지럼증 3.4배, 얼굴 화끈거림 3.6배 가량 더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 교수는 “이 조사는 휴대전화 사용과 신체이상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며 “조사 및 통계 기법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인체에 영향을 미쳐 실제로 질환을 일으킨다고 단정짓기는 무리”라고 밝혔다.

현재 외국 학계에서는 「휴대전화 무해론」이 대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올 초에 "휴대전화의 전자파는 감마파나 Ⅹ레이와 달리 세포를 파괴하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내용의 특집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처럼 전자파가 인체에 해로우냐, 아니냐를 놓고 아직은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의 휴대폰메이커인 노키아가 6년전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인정했음이 밝혀져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지난 11일자 기사에서 노키아는 지난 1995년 휴대폰 안테나와 이용자간의 전자파 차단물에 관한 특허출원서에 "휴대전화의 전자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신경섬유를 싸고 있으면서 전기적 신호를 온몸으로 전달하는 물질인 미엘린(myelin)층이 약화돼 청각능력의 손상과 현기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노키아는 또 이 문서에서 전자파는 신경체계를 지지하는 세포의 성장을 과다하게 촉진함으로써 최악의 경우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교종(神經膠腫:glioma)같은 악성종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 동안 휴대폰단말기 제조업체들이 휴대폰전자파가 뇌종양을 일으킨다는 주장에 대해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서 부인해왔는데 노키아는 이 문서를 통해 전자파의 유해성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이처럼 휴대폰이나 컴퓨터에서 발생되는 전자파의 인체유해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달 29일에는 한국전자파연구시민협의회가 전자파 유해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승종 전 총리 등 200여명의 각계 인사가 발기인으로 참여한 가운데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은 국내 최초로 등장한 전자파 전문 NGO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전자파연구시민협의회는 앞으로 전자파 위험 안내문 및 수치 표시제 도입을 위한 입법청원, 전자파 인식 재고를 위한 대 국민 캠페인, 전자파 관련 연구지원활동, 전자파 관련 여론조사 등의 활동을 펼쳐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휴대폰전자파의 유해성 여부가 아직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개연성이 높은 일은 결국에는 확실성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인체에 해로울지도 모르는 사항에 대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휴대폰 제조업체는 지금 당장 소비자휴대폰전자파를 최소화하는데 힘을 써야 한다. 그것이 기업으로서 고객들에게 해야할 최소한의 도리이다. 소비자를 외면하는 기업은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당한다는 사실을 휴대폰 제조업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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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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