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13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76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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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그해오늘은] '투 캅스' 투 스토리



1966년 오늘, 미 대법원의 선고로 '미란다 고지'가 확립됐을 때 우리는 관심이 없었다. 경찰이 피의자를 연행하면서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는 것이 우리 현실에서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묵비권을 알고 있는 피의자라도 사건을 제대로 불지 않는다고 정강이를 까였으니 법은 멀고 구둣발은 가까운 시절이었다. '제대로'가 아니라 '수사관의 입맛 대로' 불지 않아서 치도곤을 당하는 것이 일쑤였다.

'미란다 판결'의 내용을 보면 미국 사법부가 한심하기까지 했다. 멕시코계의 어네스토 미란다는 18세 소녀를 납치해 강간한 혐의로 아리조나 경찰에 붙잡혀 처음에는 무죄를 주장하다 2시간 뒤에 범행을 자백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주법원은 20∼30년형을 내렸으나 연방대법원은 경찰이 묵비권 등의 사항을 일러주지 않았다고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그러나 미란다는 그 뒤 동거여인의 증언 등으로 유죄가 확정돼 복역하다가 가석방됐으나 도박장에서 싸움 끝에 죽었다. 한마디로 불량끼가 온몸에 밴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까다로운 법적 논쟁을 벌인 것이다.

그 무렵 우리 경찰은 '묵비권'에 대한 감각도 없었으나 '운동권'이라는 말도 몰랐다. 그 3년 뒤인 69년 3선개헌 이후부터 경찰은 무더기로 사람들을 잡아들였다. 미란다 원칙은커녕 "당신은 고문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없었다. 많은 사람이 사라졌으나 가족들은 생사도, 시신이 어디에 던져졌는지도 '고지'받지 못해 오늘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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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세계일보 200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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