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2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70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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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그해오늘은] 死六臣은 누구인가



'사륙신'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그러나 사륙신이 누구인가를 아는 이도 드물다. 한 세대전만 해도 어지간한 초등학생들은 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라는 이름을 댈 수 있었으나 70년대에 김문기 (金文起)를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어지럽게 됐다.

김문기의 가문에 이어 다른 가문들도 누구 누구를 추가해야한다고 나서 '사륙신'이 '사십이신' (死十二臣)이 될 판이었다. 모든 가문들이 권력자들을 앞세우고 이를 추진했으니 사륙신은 죽어서도 '권력'의 비극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1456년 오늘 반정모의가 들통나 붙들려 죽은 사람은 여럿이었고 '사륙신'이라는 말은 없었다. 당시 두살이던 남효온 (南孝溫)이 훗날 '육신전' (六臣傳)을 씀으로써 '사륙신'이라는 말이 생겨난다. 그 뒤 남효온 등은 '생육신' (生六臣)이 돼 사륙신과 세트를 이뤘다. 그런 사륙신의 이름이 들쭉날쭉하는 바람에 이제는 단종을 위해 죽은 충신집단이라는 추상명사같이 됐다.

사륙신의 이름보다 더 추상적인 것은 그들의 거사동기다. 그들이 세조의 왕위찬탈에 분개해서가 아니라 그가 의욕이 넘쳐 관료집단을 무시해서 거사를 모의했다는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다. 그럴 경우 단종은 억울한 피해자일 수 있다.

사륙신의 이름으로 20세기의 한국이 시끄러웠듯이 통치자와 측근의 권력배분을 둘러싼 갈등은 21세기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법무장관을 누가 천거했는지로 시끄러운 배경에도 그런 것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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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세계일보 200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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