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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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그해오늘은] 노라의 세기 여성이 참정권을 얻는 20세기는 여성해방의 세기다. 그 세기의 먼동이 틀 무렵인 1906년 오늘 여성해방의 대명사같이 불리는 극작가 입센이 눈을 감는다. 실은 1900년에 뇌일혈로 쓰러졌으니 그는 집을 떠난 노라처럼 여성을 억압했던 시대를 떠난 셈이다. 입센의 삶 자체도 '노라'처럼 어둠이 짙다. 부잣집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파산해 어려서 약국서 심부름을 해서가 아니다. 소심하고 내성적이어서 가정과 고향은 물론 모국에서도 소외된 것이 그렇다. 그래서 27년간이나 모국을 떠나서 살았고 대표작 '인형의 집'도 베를린에서 출판했다. 그러나 때로 괴벽은 생산적이고 입센의 경우가 그랬다. 어려움이 없던 어린 시절에도 그의 눈길을 끈 것은 '교회, 죄인의 목과 손목을 끼워넣는 형틀, 감옥, 정신병원….'이었다. '제재소에서 들리는 여인들의 흐느낌 탄식 비명'도 크게 들렸다. 그런 성품이어선지 아내가 남편에게 예속되는 과정을 눈여겨 보았고 개인의 자유와 표현을 상실한 것이 사회의 인습이라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1878년에 내논 '인형의 집'도 명성 대신 비난을 안겨주었다. 당시는 '여성참정권'이라는 말도 모르듯 집안에 얽매인 여인의 비극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스위스에서 여성참정권을 준 1971년보다 한 세기전에 여성의 가출을 옹호한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둘러싼 입씨름이 뜨거워지면서 여성해방의 과제도 뜨거운 이슈가 됐다. 그래서 입센이 세상을 떠날 무렵부터 '노라'는 세인의 관심으로 돌아온다. ----- 세계일보 2001.05.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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