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 14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59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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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그해오늘은] 너무 신성한 땅이기에



사진 속의 아기는 평화롭게 잠든 것만 같다. 그러나 생후 4개월 됐다는 이 아기의 배에는 글씨 같은 얼룩이 있고 그것이 세계를 시끄럽게 한다. 이 팔레스타인 여자 아이 이만 히조가 이스라엘의 폭탄 파편에 몸이 관통되던 지난 7일 로마 교황은 중동전쟁의 격전지인 골란 고원을 찾아 평화를 기원했다. 그 전날엔 다마스쿠스의 이슬람사원을 찾음으로써 마호메트 이래 14세기만에 두 종교의 화해에 나서기도 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인 팔레스타인 지역은 이처럼 가장 성스러운 곳이기에 '성전'(聖戰)도 잦아 가장 부정한 땅이기도 하다.

이만의 비극은 1948년 오늘 이스라엘이 건국되는 순간 막이 오른 셈이다. 팔레스타인의 '옛주인'(유대인)이라는 사람들이 성서라는 땅문서를 들이 대고 이 곳서 2000년이나 살던 '새주인'들을 쫓아낸 것이다. 65만명의 새주인들이 기뻐서 눈물을 흘리는 한쪽에서는 땅을 잃은 옛주인 70만명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반세기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은 같은 아브라함의 후손이 아니라 카인의 후손으로 살아 왔다.실은 이스라엘의 건국 자체가 카인 같은 악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유대인들은 19세기말부터 그들의 '고토'에 정착촌이나 나라를 세우려고 했으나 유대인 학살이라는 비극이 없었다면 그것은 한낱 신화적 몽상이나 실험으로 끝나기 십상이었다.

2차대전이 끝나자 유대인들은 이 곳으로 몰려왔고 이 곳을 지배하던 영국은 유대인들과 아랍의 눈치를 보며 망설였으나 죽음으로부터 살아난 유대인들의 기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그 후 반세기가 지나자 독일과 이스라엘도 화해를 했으나 같은 혈육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들의 골육상쟁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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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세계일보 200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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