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 12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58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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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의 ‘리시스트라테’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에 전쟁이 한창일 때였다.아테네의 여 
인 리시스트라테는 스파르타의 여인 람피트와 만나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하기로 결의한다.끊임없이 싸움질만 하고 가
정을 돌보지 않는 남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리시
스트라테는 아테네 여인들을 아크로폴리스 신전으로 데리고
들어간 뒤 자물쇠를 잠근다.람피트도 스파르타에서 섹스 스
트라이크를 주도한다.마침내 두 도시 남성들은 사태의 심각
성을 깨닫고 강화조약을 체결한다.

그리스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리시스트라테’의
줄거리다.섹스 스트라이크라는 이색적인 소재와 희극이라는
형식 때문에 가볍게 즐기는 연극으로 국내에서 공연된 바도
있으나 가장 현대적인 주제인 반전(反戰)과 여성해방을 2400
여년 전에 다룬 탁월한 작품으로 꼽힌다.

한국·중국·일본 여성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채택한 ‘
서울여성선언’은 아리스토파네스가 ‘리시스트라테’를 통
해 강조한 여성의 힘을 재확인 시켜준다.동북아여성지도자회
의(7∼9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채택된 ‘서
울여성선언’의 기조는 한·중·일 3국 여성이 손을 맞잡고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 그리고 여성정책의 주류화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특히 5개항의 선언문 중 2개항에서 남북화해 노력을 지지하
고 종군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공동인식과
시정노력을 다짐하고 있다.“우리는 동북아시아의 평화가 아
시아뿐만 아니라 나아가 세계평화를 구축하는 초석임을 인식
하며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여성의 책임과 역할을 증대
할 것을 결의한다.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남북화해와 평화
통일을 환영하고 지지하며 이를 위해 3국 여성의 연대가 중
요함을 강조한다”는 제2항과 “우리는 여성의 시각을 담아
역사를 왜곡됨이 없이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동북아 평화
구축에 중요한 요소임을 확신하고 최근 아시아 역사에서 얻
은 교훈을 후세에게 올바르게 교육시키도록 노력한다”는 제
3항이 그것이다.

이 선언문을 단순히 수사(修辭)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을 것
이다.실제로 많은 국내 언론들은 이를 소홀하게 취급했다.그
러나 동북아여성지도자회의가 민간차원의 NGO회의가 아니라
한·중·일 세나라의 정치계와 행정부의 주요 여성지도자들
이 참석한 GO회의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이 회의에는
한국에서 한명숙 여성부장관,이연숙 국회여성특별위원장 등
여성지도자 12명,중국에서 펑 페이윈 전국인민대표자회의 상
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중화전국부녀연합회 주석을 비롯한 12
명,일본에서 미키 무츠코 아시아부인우호회 회장,시미즈 스
미코 사민당 의원 등 6명이 참석했다.

‘서울여성선언’의 정신이 앞으로 각국 대표들에 의해 국
가정책에 반영된다면 한·중·일의 현안인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해결은 물론,동북아 평화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시미즈 스미코 일본 참의원 의원은 남성 정치가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일본과 북한을 잇는 여성 평화라인 방북단’ 단장을 역임
하기도 한 그는 이번 회의에서 ‘역사교과서 왜곡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일본 정부를 강력히 비난해 동석한 일본
대사의 얼굴이 굳어지게 만들었다.한국 정부가 최근 일본에
전달한 35개항의 재수정요구안에 관한 자료를 요청하면서 적
극적인 시정노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물론 시미즈 의원은 평균적인 일본인보다 열린 시각을 가지
고 있고 야당의원인 만큼 지나친 기대를 갖는 것은 무리다.
이번 회의에서는 평화를 위한 여성의 연대가 강조됐지만 같
은 여성인 도야마 아쓰코 일 문부과학장관은 ‘교과서 재수
정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이것이 현실이다.그
럼에도 평화를 위한 여성의 노력은 참으로 중요하다.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여성은 본성적으로 평화운동에 적합한 것으
로 알려지고 있다.‘서울여성선언’이 동북아 평화정착의 촉
매제가 되기 바란다.동북아여성지도자회의가 연례화되면 한
·중·일의 ‘리시스트라테’는 더욱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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任英淑 대한매일 논설위원실장
대한매일 200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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