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 11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57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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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바다인가, 음란의 바다인가

최근 들어 사이버섹스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사이버 성중독증」에 걸린 남편이 걱정돼서 정신신경과를 찾는 아내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신혼 초인데도 한밤중에 신부 몰래 컴퓨터 앞에 앉아 이상한(?) 행동을 하는 새신랑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전세계 인터넷 사이트 중 3분의 1이 성과 관련된 것이라고 하니 섹스문제가 네티즌들 사이의 가장 뜨거운 주제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특히 사이버섹스 중독문제는 이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담론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버 섹스에 심하게 중독된 사람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인터넷을 통해 포르노 영상을 보며 자위행위를 하거나, 대화방에서 다른 인터넷 이용자와 온라인 섹스를 즐긴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섹스파트너와 실제로 만나 관계를 맺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이버 성중독증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현실에서의 섹스보다 사이버섹스에 더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네티즌이 늘어날수록, 그리고 섹스와 관련된 컨텐츠가 풍부해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거나,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등의 이유로 이 문제를 소홀히 한 채 방치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한양대 사회학과 沈英姬교수팀이 최근 10대에서 3대까지의 네티즌 2천2백6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는 상당수가 사이버 성중독증에 걸려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우려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15%가 "성적 흥분이나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인터넷에 접속한다"고 밝혔고, 5%는 "사이버 섹스의 상대와 전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대답해 사이버섹스가 현실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중독 증세를 보였다.

또 10대 11%, 20대 10%, 30대 16%가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사이버 섹스 파트너를 찾고 싶어진다"고 응답, 사이버 성중독이 10대 때부터 문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10대의 14%가 "익명을 이용해 현실공간에서 맛볼 수 없는 성적 환상을 즐긴다"고 답함으로서 20∼30대의 11.5% 보다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이는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성관계를 경험하기 어려운 10대들이 사이버 세계를 통해 성적욕구를 발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컴퓨터만 있으면 때와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는 사이버섹스는 정말로 위험한 쾌락이다. 밤중에 인터넷에 접속해 사이버섹스를 즐기는 사람은 낮에도 성적인 공상에 잠길 가능성이 높다. 심할 경우 컴퓨터를 켜기도 전에 성적으로 흥분하는 중독자도 있다고 하니 만약 직장에서 이런 증세를 보인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사이버섹스를 전형적인 인터넷 중독 증후 중의 하나이며, 도박이나 쇼핑중독증처럼 일종의 충돌조절장애라고 말한다. 네티즌이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생긴 일종의 신종문화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문화병인 사이버 성중독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번져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삶이 사이버 성중독증으로 혼란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사이버섹스는 마약과 같은 것으로 가장 큰 매력은 익명성과 순간적인 만족감이 보장된다는 데 있다. 특히 평생동안 성을 억압당하거나 성적인 제한을 겪었던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무한한 성적인 기회를 발견했을 때 인터넷 섹스에 중독될 위험이 매우 크다." 이는 미국 성의학 전문의 앨 쿠퍼 박사(스탠퍼드대)가 한 말이다.

미국의 사이버섹스중독 대책위원회(NCSAC)는 최근 사이버섹스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인터넷 사용자 중 약 2백만명이 사이버섹스 중독증을 앓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직장을 팽개치거나 배우자와 이혼하는 등 사이버섹스가 마약에 버금가는 「신종 사회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혼부부 가운데 약 40%가 바로 사이버 섹스를 비롯해 인터넷과 관련이 있는 이혼 사유를 갖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인터넷을 통한 성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사람들 가운데는 LA초등학교 교사, 일리노이주 레이크 포리스트 대학교수, 애리조나주 한 도시의 시장후보, 백악관 상황실 근무경력의 퇴역소령이 있으며 심지어는 성직자도 끼어 있다.  사이버섹스에 관한 한 지위고하는 물론 남녀노소가 없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전문가들의 말로는 성적인 자극을 얻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매주 수십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대부분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결혼생활과 직장생활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때까지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치료조차 어려운 것이 사이버 성중독증이라고 하겠다.

현실에서든, 가상공간에서든 성과 관련된 문제는 한번 탐닉하게 되면 헤어나기 힘든 특성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한창 성장해 가는 청소년이 사이버섹스에 빠지게 되면 정서적·인격적 발달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물론 현실공간에서 성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터넷과 함께 발전해오면서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잘못된 성(性)」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사이버섹스 문제를 해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답을 구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대책마련에 힘써야 한다.

우선 사전예방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가족간의 따뜻한 대화, 친구들과의 건전한 사귐,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을 갖도록 함으로서 네티즌 스스로가 사이버섹스를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음란사이트 접속을 막아주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컴퓨터 설치장소를 거실로 바꾸는 방법도 필요하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사이버섹스 문제는 결코 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네티즌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가정과 사회가 함께 깊은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반드시 좋은 답안이 나올 것이라고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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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net21@dreamwiz.com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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