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 4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52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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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컴퓨터 사려면 속 쓰리다

컴퓨터를 살 때마다 너무 사치하는 듯하여 마음이 가볍지 않은 것은, 그것이 매우 비경제적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컴퓨터로 내가 주로 하는 일은 글쓰기인데 한 달에 글 열 편 쓰기가 쉽지 않거니와 그렇게 써 봐야 돈이 얼마나 되겠는가.

경제성으로 따지면야 컴퓨터보다 볼펜이 훨씬 위쪽이건만 이제 볼펜으로 쓴 원고를 받아 주는 곳은 없다. 볼펜이 아니라 몽블랑 만년필 금촉으로 쓴다 해도 종이 원고는 어디서도 받으려 하지 않는다.

글만 쓴다면 도스용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이나 돌아갈 정도의 컴퓨터로도 충분하다. 글 쓰는 이에게 컴퓨터라는 것이 저장기능 딸리고 수정 간편한 고성능 타자기쯤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4년 전쯤만 해도 컴퓨터로 작성해 깨끗하게 프린트한 원고를 넘겨 주면 편집자들이 좋아했다. 그들이 이제는 한사코 이메일로 보내 달라 한다. 사실 그 편이 필자들도 편하다.

온라인으로 자료를 찾아 쓰지 못하면 요즘 세상에서는 바보다. 뭔가 확인해야 할 때 참으로 요긴한 것이 인터넷 사이트들이다. 큰 도서관을 옆에다 두고 마음대로 드나드는 것과 같다.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는 자리에서 글 쓰려면 외딴 섬에 갇힌 것처럼 막막하게 느껴진다.

컴퓨터가 베푸는, 문장 작성의 신속함과 자료 검색의 용이함 그리고 이메일의 편리함은 글 쓰는 이에게 내린 크나큰 축복이다. 그런데 이런 혜택을 누리려면 비싼 컴퓨터를 사야 한다.

새 컴퓨터를 며칠 전에 샀다. 이것으로 본전을 뽑으려면 글 몇 편을 써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무거웠지만 어쩔 수 없이 값을 톡톡히 치르고 거기에다 DVD 플레이어와 쓰고 읽는 CD 드라이브까지 끼우는 호사까지 탐하고 말았다. 컴퓨터는 돈 잡아먹는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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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칼럼니스트
벼룩시장 200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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