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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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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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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그해오늘은] '晉州 청석골'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드무나 백정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 드물다. 그 것은 분명 모순이나 수천년 이어져 온 모순은 진리보다 더 뚜렷한 현실이다. 1923년 오늘 진주에서 백정들이 형평사(衡平社)를 조직한 것은 그 것이 모순임을 일깨워 주기 위한 것으로 처음 있었던 일은 아니다. 4세기 전 임꺽정도 청석골에서 처절한 몸부림으로 외쳤던 것이다. 기미독립운동 4년 뒤인 당시는 1차대전 직후의 민족해방 바람이 세계를 휩쓸고 있었다. 그 해 3월 일본 백정들은 수평사(水平社)를 조직했고 이 것이 달포만에 현해탄을 건넌 것이다. 조선의 '백정'(白丁)과 일본의 '히닌'(非人)에게 침략국과 피침략국의 구분은 무의미했다. 모두 동족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 급했다. 1894년의 갑오개혁으로 백정은 면천(免賤)되는 듯했으나 오랜 관습이 사라질 수는 없었고 뒤이은 일제도 조선인의 단합을 싫어해 차별을 조장했다. 그들이 호적에 표시한 '도한'(屠漢)은 '백정'보다 험궂었다. 형평사를 발족한 이학찬(李學贊)도 돈은 벌었으나 자녀를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으려 해서 울었고 어렵사리 들여는 보냈으나 주위의 모멸로 그만 두게 돼 또 울었다. 일본 메이지대를 졸업한 장지필은 총독부에 취직하려 했으나 호적의 '도한'에 걸려 좌절되자 형평운동에 뛰어 들었다. 형평사운동은 곧 전국으로 번졌으나 백정에 대한 차별을 뿌리 뽑지 못한 채 수년만에 잠잠해졌다. 백정에 대한 차별은 진보하는 사회에서도 오랜 세월의 비바람으로 지워질 문제다. 그래서 80년이 지나도 색만 바랬을 뿐 백정을 보는 눈은 다르다. 정육점도 이제 백정들만의 가게는 아니나 보는 눈은 생선가게를 보는 눈과 다르다. -----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yangp@sgt.co.kr 세계일보 2001.04.25 ------ 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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