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4월 13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44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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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그해오늘은] '교훈'의 세기



총잡이 사회에서도 '신사' 타령은 있었다. 뒤에서 몰래 쏘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정면에서도 기습적으로 쏘지 않아야 신사다. 지난날 서부극에서 단골로 나오던 이 신사 총잡이들은 일찍 죽어선지 실제로는 없다시피 했다.

그러고 보면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휩쓴 영화 '간디'는 '정직상'까지 받을 만하다. 여기엔 1919년 오늘 인도 북서부 암리차르에서 영국군이 광장에 모인 비무장 군중을 난사하는 광경이 들어 있다. 영국과 인도 합작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신사의 나라'는 있는지 몰라도 '신사 군대'는 없음을 고백한 셈이다.

이 사건은 독립에 눈을 떠가는 인도와 그 눈을 가려야 하는 영국 제국주의의 어쩔 수 없는 충돌이었다. 영국은 1차대전 당시의 비상대권으로 시위를 막으려는 로올라트법을 제정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시위를 부추긴 꼴이 됐다.

이 날 출구가 하나뿐인 잘리안왈라바 광장에 1만명의 군중이 모이자 다이어 준장은 발포명령을 내린다. 영화의 법정증언에서 그는 눈하나 깜박이지 않고 "1560발의 총알을 쏘아 1516명의 사상자가 나왔다"고 대답한다. '인도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답변도 솔직했다.

다만 인도인들은 이 총알교훈보다 간디가 이듬해부터 벌이는 불복종운동에서 더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거꾸로 영국인들이 식민통치가 통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고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시크교도의 본거지로서 '불멸의 웅덩이'를 뜻하는 암리차르는 재난의 웅덩이이기도 했다. 84년 6월 인도군은 그 곳 사원에서 항쟁하는 시크교도들을 난사해 500∼1200명이 죽었다. 그러자 넉달 뒤 시크교도가 인디라 간디 수상을 암살하는 등 깨달을 겨를도 주지 않고 '교훈'들은 쏟아지나 그 결과는 부족함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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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세계일보 200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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