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4월 2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40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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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이 만든 이상한 옥편

모르는 한자(漢字)는 옥편(玉篇)또는 자전(字典)에서 부수(部首)와 획수로 찾아 음과 뜻을 알아내어야 하는데, 어느 정도 배운 이라도 이 일이 만만치 않다.한국에서 근무 했던 미국 외교관 제임스 위틀록 씨가 최근에 만든 옥편을 보고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철저히 사용자 편의 위 주로 돼 있어서였다.영문으로 씌어진 이 책의 이름은 ‘Chinese Characters in Korean’.

외교관보다는 학자 같은 인상을 주는 위틀록 씨는 한국에 부임하기 전 아프리카의 스와힐리까지 6개 국어를 알고 있었다.그런 그에게 한국어는 뜻밖으로 어려운 언어였다. 한글은 과연 간단하고 논리적이었다. 그런데 낱말을 읽기는 쉬워도 뜻을 이해하고 외우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 이유가 낱말 뒤에 숨은 한자(漢字)를 모르기 때문이라 는 것을 알았다.한자는 처음에 악룡(惡龍)처럼 보였다. 어느 정도 익히고 나니 무척 재미있어졌다.그는 한자가 과학적인 본질을 지니고 있으며 화학과 비슷하다고 말했다.즉 한자는 원소와 분자,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이다.

그는 한자를 글자부터 외우지 않고 한자의 기본 요소인 부수부터 익혔다.그리고 한자를 분해하여 구성요소들의 뜻과 그것이 모여 나타내는 뜻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가령 ‘戀’은 ‘마음’ 위에 ‘실/말/실’이 있 는 꼴이다.그래서 “약속을 줄로 마음에 붙잡아 맨다”고 생각하면 이 글자를 이해하고 외우기 쉬웠다.

그가 만든 옥편은 바로 그렇게 글자마다 설명해 놓았다. 그보다 더 가치있고 놀라운 것은 모르는 한자를 어떻게 해 서도 쉽게 찾을 수 있게 한,매우 정교한 수록 방식이다. 2 14개 부수의 영어 이름으로 찾을 수 있고 한국식 음으로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어나 영어로 풀이한 뜻으로도 찾을 수 있다.

한국어 공부에 도움이 될 이런 옥편을 서양인이 만들었다. 한자는 공부하기 재미있고 한자를 알아야 한국어를 잘할 수 있다는 위틀록 씨의 말이 한자교 육을 소홀히 하는 한국인을 나무라는 소리 같이 들린다. 주재국의 언어에 그렇듯 깊이 파고든 외교관의 직업정신은 보통이 아니다.이 책은 그가 세운 빛나는 외교 성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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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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