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31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39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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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망가뜨리는 사이버 황색지대

사이버공간은 청소년들을 망가지게 하는 황색지대(黃色地帶)인가. 요즘 신문에서는 인터넷상에서 범람하고 있는 음란물 때문에 청소년들의 정서가 황폐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거의 매일 보도되고 있다.

사이버공간도 현실사회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치외법권지대가 아닐 터인데 현실보다 더 한「불상사」가 예사롭게 일어나고 있으니 이러다가는 앞으로의 세상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사이버공간은 마치 어떤 일이든 마음대로 저질러도 되는 별천지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생길 정도이다.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사이버공간이 「조명장치가 전혀 없는 무대」이며, 그런 곳에 우리 청소년들이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청소년들에게 드리워진 어두운 인터넷의 그림자가 거두어지기는커녕 자꾸만 짙어져 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적절한 처방을 하루빨리 마련하지 않고서는 정보화사회의 미래가 결코 장밋빛이 될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하겠다.

최근에 실시된 몇 가지 조사나 경찰에서 적발한 사건은 이 같은 우려를 우려로 끝나게 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지난 6일부터 열흘동안 국내외 커뮤니티와 검색 포털사이트 122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94개의 사이트가 검색엔진이나 배너광고를 통해 성인 정보사이트와 링크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조사결과를 보면 C사이트의 경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주인공 「포켓 몬스터」를 입력했을 때 표시되는 게시판 자료실에는 8만여개의 음란물이 올라와 있고, D사이트는 검색어에 「성인」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바로 성인만화 사이트 등으로 연결되는 배너가 4만2천1백86개나 나타났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이트가 성인인증 절차를 두지 않고 있어 누구나 손쉽게 포르노사이트로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음만 먹으면 아무런 제약 없이 성인만화를 볼 수 있고 음란사이트를 마음대로 드나들수 있으니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유혹될 수밖에 없는 일이라 하겠다.

중앙일보와 인터넷업체인 네이버가 지난 23∼24일 이틀동안 초·중학생 네티즌(7∼15세) 1만5천1백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39%가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접촉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 응답자 4명 가운데 한명(25%)가 몇년 전과 올해 초 성행위 장면을 찍은 비디오로 논란을 빚은 O양과 B양의 동영상을 본 것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서울 Y여고 1학년의 한반 40명을 선정해 설문조사한 결과 88%가 음란물을 접했다고 응답했고, 47%가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원조교제 유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과연 청소년들이 어느 정도로 외설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지난 2월에는 인터넷상에서 음란사이트를 운영한 고교생 등 10대 7명이 한꺼번에 경찰에 적발되어 한명이 구속되고 6명은 불구속 입건되었다. 특히 구속된 김모군(17)은 지난달 1일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홈페이지에 10대 소녀가 출연하는 음란동영상을 게시한 뒤 회원 150여명에게 가입비명목 등으로 6천원씩을 받은 뒤 열람토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군에게는 인터넷상에 음란물을 게시하여 청소년들에게 열람시킨 혐의로「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혐의가 적용되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니 경찰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했던 모양이다.

지난 1월에는 충남 D고고 2학년 신모군(17세)이 5∼10세의 여자 어린이가 성인 남자와 성관계를 맺는 내용의 아동 포르노 영상물을 유통시켜 두달 만에 6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경찰의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붙잡히기도 했다.

신군이 개설했던 사이트에는 많게는 하루 2만여명이 이곳을 찾았으며, 아동포르노물을 사간 사람은 대부분 30∼40대 중년남성이었다는 것이다. 신군은 경찰에서 조사를 때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하지만 어찌 신군만 나무랄 수 있겠는가.

이처럼 날이 갈수록 정도가 더 심해지는 음란사이트의 범람에 대해 당국의 고민도 여간 크지 않다. 법으로 다스리자니 네티즌들이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는다는 등의 이유로 심하게 반발하고, 방치하자니 병만 더 깊어 가는 꼴이 되니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하루에도 수없이 생겨나는 유해사이트를 모두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일부 선진국에서처럼 자율규제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가상공간이라고 해서 치외법권지대가 아닌 만큼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법이나 제도적 규제보다는 인터넷 관련업체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한 자율규제를 통해 음란물 확산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러나 미국연방경찰(FBI)은 지난해 아동포르노 유통법을 10대 흉악범에 포함시킴으로서 아동과 관련된 범죄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처벌하고 있다.

카나다에서는 최근 인터넷에 어린이 포르노물을 올리고 e메일로 유통시킬 경우 최고 금고 10년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비교적 강경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인터넷의 부정적인 측면을 바로 잡기 위해 법이나 제도로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그 내용이 어른들이 아니라 미성년자들, 즉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그래서 그들의 정서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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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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