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29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38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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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그 뒤의 길

두 갈래의 길이 앞에 있다. 하나는 좁고 험한 길이고,또 하나는 좀 넓고 덜 험한 길이다.

20세기부터 우주는 호기심 많은 인간의 탐험 대상 또는 국가 경쟁력 시험장이 되었다.그뿐만 아니라,관측위성· 통신위성·정찰위성이 떠서 인간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공간이 되었다.이제는 웬만큼 국력을 지닌 국가라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대상이다.

이런 시대라 우리도 우주 개발의 길에 뒤늦게 나섰다.두 갈래 길에서 어느 쪽으로든 가야 하게 되었다.26일 한국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했다. 갈림길에서 좀 넓고 덜 험한 길을 택한 것이다.이 체제는 미국 주도로 서방 선진국들이 제3세계의 미사일 개발을 제한하려고 만들었다. 나라마다 미사일을 만들고 핵이나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실으면 세계 평화가 크게 위협받으므로 통제하자는 것이다. 비가입국에는 일부 주요부품이나 완성품의 판매,기술 이전을 제한한다.우리로서는 기술이 초보 수준이라 이런 제약 아래서 위성과 위성발사 미사일의 개발을 추진하기가 어렵다.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기술을 축적하자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듯이 여기에도 양면성이 있다.좁고 험한 길을 택하면 나중에 그 길이 상당히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그러나,좀 넓고 덜 험한 길을 택하면 나중에 이어질 길이 그리 넓지 못한 것이다.우리 기술이 후일 높은 수준에 이르러 이 분야 제품을 팔 때가 됐을 때 그 또한 통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미사일 자체 개발을 줄곧 말려 온 것은 미국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그 결과 우리는 미사일 후진국이 되었다.북한이 도달거리 1,000km를 훨씬 넘는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할 때까지도 우리는 180km에 묶여 있었다.그 뒤 비로소 300km로 연장되기는 했으나 그만큼 기술 축적 시간을 잃었다.

우리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에 가입함으로써 평화애호국가라는 인상을 세계에 심었다.북한이 미사일 개발을 자제하게 하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다.이것이 긍정적인 측면이다.그렇지만,이 체제는 미사일 선진국들의 기득권 행사와 경제패권주의로 연결될 우려가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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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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