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15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33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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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손톱

손톱을 깎는다.무른 살 속에서 굳은 손톱이 나온다는 것,참 
신기하다. 손가락 끝마다 손톱이 자란다는 것은,시인이 경악 
한 “과목에 과물(果物)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 못지않게 
놀랍다. 

야생 짐승은 발굽이나 발톱이 닳도록 움직여야 산다.깎을 
만큼 웃자랄 겨를이 없다.사람도 아주 먼 옛날에는 손·발톱 
을 깎았을 리 없다.먼 옛날까지 갈 것도 없다.어릴 적에 할 
머니들의 거칠어진 손을 보면 손톱이 모지라져 있었다.손톱 
이 닳는 온갖 궂은 일은 아낙 몫이었다.시인처럼 이야기하자 
면,아버지들을 키운 것은 8할이 할머니 손톱이었다. 

손톱이 자라는 것은,그것이 닳도록 일하라는 조물주의 뜻이 
아닐까. 지식이란 무엇일까.손발 덜 쓰고 머리 많이 쓰는 것 
이 조물주가 바라던 것일까.손톱 깎는 사람이 많아지고 나서 
문자와 사상(思想)이 생기고 원자폭탄도, 유해식품도,환경파 
괴도 나왔다.다들 손톱을 깎지 않던 때가 인류나 다른 동물 
에게 더 낫지 않았을까. 

손톱 깎으면서 별 생각을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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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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