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13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31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http://columnist.org
*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영어면 다 되는가

영어면 다 되는가.마치 그런 것 같다.우리말을 배우기 시작 
한 두어살 꼬마까지 영어학원 다니느라 바쁘다.세상에 이렇 
게 영어에 목을 매는 나라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 

영어면 다 되는가.그렇다면 미국에는 왜 거지가 있나.하기 
는 그 거지들이 여기 와서 영어 선생 하면 잘 살지도 모르겠 
다.영어 하나라도 배우게 자녀를 유학보낸다는 사람들이 많 
은데,아마 그 자녀 돌아올 때쯤이면 영어 잘 하는 사람 넘쳐 
나서 영어 하나로 할 만한 일 찾기 어려울 것이다.게다가 국 
내사정 어두워 손해 볼 수 있다. 

사람 모두가 어학에 소질 있는 것은 아니다.두어살 어린 아 
이에게 강제로 영어 공부하게 하니 정신질환 증세 보이는 아 
이가 나올 것은 분명하다.소아정신과 환자 셋 가운데 하나가 
과중한 학습부담 때문이라 한다. 부모의 과도한 열성은 아이 
에게 고문이다. 

교육부는 교사도 확보하지 않고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 
치라고 한다.학부모가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을 수 없게 
교육부가 밀어대는 꼴이다.자식을 위한 희생정신이라면 세계 
에서 으뜸인 우리 부모들이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영어 열풍 
을 교육부가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문법과 어휘 암기에 치중하는 종래의 영어 학습법이 성토돼 
왔다. 그러나 이 학습법의 장점도 많다.우리 학생들이 유학 
가서 처음에는 듣고 말하는 데 고생하지만 얼마 안 가 극복 
하고 어려운 석사 또는 박사 공부를 성공적으로 하고 왔다. 
문법과 어휘 실력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영어가 유창해도 머리 속에 든 것이 없으면 날씨 이야기나 
간단한 안부 묻기가 끝나면 할 말이 없게 된다.말 잘하면 관 
광 다닐 때 좋기는 하겠지만 관광할 때는 말을 잘하지 못해 
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영어를 유창하게 해야 할 직업이 도 
대체 얼마나 된다고 온 국민이 머리를 싸매야 하는가.세계인 
이 되기 위해서? 그러면 미국인과 영국인은 모두 세계인인가 
.세계인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한국인이다. 

오늘날 영어 바람도 제 것 낮추고 남의 것 높이기에 이골난 
백성들 버릇 아닌지 생각해 보자.남의 것은 ‘진서’(眞書)라 
하고 우리 것을 ‘언문’(諺文)이라 하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오늘날도 ‘꺼삐딴 리’가 되어야 출세할 수 있단 말인가.
 

-----
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1.03.13
-----
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