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8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28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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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 위기에 맞서려면

지난 해 번역되어 나온 헬렌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보리 출간)은 많은 독자를 불러 들였다. 서구문명의 미래를 내다보고 뉴욕을 떠난 뒤 몬타나 산골에서 20년 가량 거의 자급 자족하며 만족한 삶을 살다 간 부부의 수기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이다라고 느낀 사람 이 많았다. '월든'호숫가에 오막사리를 짓고 문명과 떨어져 살았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를 연 상케 하는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우리 곁에도 뜻을 세우고 귀농한 이들, 산사의 스님들처럼 자연과 가까이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대부분 먹을거리 위기를 해결할 좋은 방안의 한가지라며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곧 한숨과 좌절감으로 대화는 끝난다. 모두 깊은 산골로 들어가 수행하듯 살 수도 없고,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던 먼 과거로 되돌아갈 길도 없기 때문이다. 즉 방법은 알고 있지만 실행이 어려워 주저앉은 것이다. 목숨이 절박한 상황에서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실천이 어려우니 최후나 대비하라면 환자나 가족은 그냥 포기하고 말 것인가. 대부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심정으로 먹을거리 위기에 맞서야 한다. 한살림이나 민우회처럼 유기농산물 직거래로 식탁안전에 힘쓰는 시민단체에 참여하는 것은 훌륭한 대안이다. 개개인이 직접 자연친화적인 환경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단체 거래를 통해 어느 정도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수준에 만족하지 말고 이런 기능이 더욱 광범위하게 작동하도록 소비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 어느 분야보다도 종교가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본다. 같은 종교의 신도들은 응집력이 강하고 정서, 가치관에서 동질성이 높으므로 먹을거리 문제 해결에서도 남다른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이 생명운동 차원에서 지역간 신도들의 유기농산물 직거래를 활성화하고 도시와 농촌 신도들이 자연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면 어느 조직보다 효율성 높은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먹을거리 국제화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해서 각국 정부와 생산자들이 식품안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 개개인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즉 자연과 생명에 대한 기존의 태도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그 변화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 종교단체는 그에 대한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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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칼럼니스트,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Best Life' 2월호 (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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