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5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26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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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인터넷 블랙홀에 빠진 40,50대들에게

세상이 정보화사회로 치달으면서 80년대 경제성장의 첨병역할을 했던 40,50대들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말하자면 컴퓨터로 영위되는 인터넷시대에서는 필요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누구 말처럼 "내청춘을 돌리도"라고 부르짖고 싶지만 그런 목소리를 낼 힘도 없고 용기는 더욱 없다. 누가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IMF때문인가, 컴퓨터때문인가.

지금 와서 IMF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비겁하다. IMF는 누구 한사람이나 몇몇 사람이 저지른 결과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잘못으로 빚어진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컴퓨터 때문인 것이다.(이것도 아니라고 말할 사람이 있겠지만.)

이들이 30대였던 80년대 중반쯤 컴퓨터를 처음 가까이 접했을 때 어떻게 했었던가. 그리고 90년대 들어 괴물 같은 컴퓨터가 책상 위에 놓였을 때는 또 어떻게 했었던가. 지금 생각하면 그들은 참으로 한심한 짓(?)을 했다.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사람들은 바빠서 못 배우고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은 그다지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안 배웠다.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며, 배울 생각은 아예 하지를 않았다. 지금 이렇게 컴퓨터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오리라는 것과 컴맹이라는 이유로 퇴출순위 첫 번째가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으니까.

필자의 나이는 50대 중반이다. 누가 나에게 무슨 세대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펜티엄급 컴퓨터를 사용하는「586세대」라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50대 나이에 80년대에는 국가발전의 첨병이었으며, 60년대에 대학을 다녔으니까.

"당신은 50대 나이에 60년대에 대학에 들어갔고 40년에 태어났으니 564세대가 아니냐"고 묻겠지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답변할 것이다. 왜냐하면 「564세대」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본인이 이런 말을 하면 "당신은 그 나이에도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가"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물론 인터넷도 이용하고 있다. 그것도 하루에 4∼5시간씩 인터넷이라는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니 사이버공간에서 이처럼 글도 쓰고 있지 않은가.

이만 하면 됐다 싶지만 그래도 모르는 게 많아 오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기웃거린다. 이런 것을 두고 인터넷중독증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컴맹도 면했고 넷맹도 면했으니 네티즌임에는 틀림없다 하겠다.

필자는 50대 나이답지 않게 핸드폰의 단축다이얼을 물론 내 실력으로 입력시켜 놓았고 폰뱅킹까지 핸드폰으로 한다. 인터넷 사이버몰에서 옷가지도 사고 책방에 가면 인터넷에 관한 책도 사 본다. 친구들이 이런 행동을 보고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네티즌들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도메인도 10여 개나 된다. 정보화사회, 인터넷시대에서의 도메인의 가치를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언젠가는 이것들이 훌륭한 「문패」가 되리라는 기대를 가져보기도 한다.

40,50대 컴맹들이 인터넷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불과 5∼6년전만 해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컴퓨터를 잘 몰라도 인터넷은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배우고 활용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넷맹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당장 인터넷을 배워라. 어서 빨리 475세대·564세대에서 벗어나라. 그리하여 하루빨리 "나는 586세대다!"하고 큰 소리쳐라.

인터넷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용할 줄은 더욱 모르는 세대인 당신들. 그래서 인터넷블랙홀에 빠져버린 40,50대들이여! 당신들이 지금은 비록 뒷전으로 밀려나 있지만 자존심까지 버릴 수는 없지는 않은가.

그놈의 괴물 같은 컴퓨터 때문에, 그저 어지럽기만 한 인터넷 때문에 내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억울해서 못살겠다면 어서 컴맹·넷맹에서 탈출하라. 그러면 당신은 광대무변한 인터넷시대의 새로운 세상에서 당신의 남은 정열을 멋지게 불태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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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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