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2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24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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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서태지, 임방울, 국악FM방송
	
  가수 서태지에 열광하는 청소년들을 보고 일흔을 바라보는 
한 어른이 말했다.“판소리 명창 임방울(林芳蔚) 선생은 옛 
날의 서태지였다”고.지방도시에서 자란 그 분은 임방울이 
그곳을 찾았을 때 아버지의 사랑방이 얼마나 술렁거렸는지를 
회상하며 행복한 표정이 됐다. 

  임방울과 서태지를 한자리에 놓는 절묘한 비유로, 박제화되 
다시피 한 국악을 생활속에 살아 있는 음악으로 느끼게 한 
그 말을 ‘국악FM방송’이 출범하는 오늘 다시 음미해 본다. 

  2일 하오2시 첫 전파를 발사하는 ‘국악FM방송’의 주파수 
는 99.1㎒로 국립국악원이 재단법인 ‘국악방송’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다.서울·경기 일원을 가청권(출력 5㎾)으로 
하며 매일 새벽 5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21시간 방송한 
다.국악원은 오는 5월 전북 남원에 FM중계소를 설치해 주파 
수 95.9㎒,출력 1㎾로 남원시와 그 인근지역에도 국악방송을 
확대할 계획이다.현재 방송인력은 1인3역의 ‘아나듀오’
(아나운서·프로듀서·오퍼레이터의 합성어) 8명등 14명에 불 
과하다.무인송출이 가능한 디지털방송이라지만 그야말로 초 
미니 방송국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 방송에 대한 기대는 참으로 크다.국악원장을 
역임한 인간문화재 성경린(成慶麟·91)선생이 “오래 살다 
보니 국악 전문방송 개국도 보게됐다”며 흔쾌히 한국방송 
사상 최고령 DJ로 나설 만큼 국악계는 전폭적인 성원을 보내 
고 있다.기존 방송에서 밤늦게나 새벽녘에 구색맞추기식으로 
편성됐던 국악이 전문방송을 통해 ‘벌건 대낮’에도 들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우선 국악의 생 
활화,대중화가 가능해졌음을 뜻한다.임방울의 ‘쑥대머리’
(판소리 ‘춘향가’중)가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처럼 폭발 
적 인기를 모았듯이 “느리고 재미없는”음악으로 치부돼 온 
국악이 우리 국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 
린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악방송이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오늘 우리 사회가 어지러운 것은 우리의 근본을 잃은 탓이 
라고 할 수 있다.국악은 잃어버린 근본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된다.우리 선조들에게 음악은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거나 감 
성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리 
는 구실까지 했다.선비의 사랑방에 놓였던 ‘줄 없는 거문고 
’나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설화가 상징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음악정신이다.국악방송이 우리 음악전통의 그같은 정신 
을 현대에 되살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악방송은 또 우리 문화상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바이오 혁명의 물결속에서 종자산업이 반도체 
이상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토종(土種)의 중요 
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듯이,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중요 
한 것은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이다.국악은 국제적인 문화전 
쟁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토종’이라고 할 수 있다.가야 
금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황병기(黃秉冀)교수는 “음악체계상 
서양음악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음악이 국악”이라고 
말한다.서구 음악계에서 작곡가 윤이상(尹伊桑)이 거둔 성공 
은 우리 국악의 본질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와 무관하지 않 
다. 

 초미니 방송국으로 출범하는 국악방송에 대한 기대가 너무 
거창하다는 지적이 나올 듯 싶다.그러나 국악방송이 당국의 
적극적인 예산지원을 받아 전국 방송망을 갖추고 양악에 치 
우친 학교 음악교육을 보완하며 랩에 빠진 청소년들을 청취 
자로 끌어들인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따라서 경상운영비 
5억원의 국고보조를 국악방송이 해마다 1억원씩 자체조달하 
는 방식으로 줄여나가라는 기획예산처의 주문은 너무 근시안 
적이다.아울러 민간차원의 후원회가 조직돼 국악방송을 국민 
방송으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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任英淑 대한매일 논설위원실장
대한매일 200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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