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1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23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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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한글과 정음

 북한은 우리 쪽을 ‘한국’이라고 부르려 하지 않으며 ‘한 
국’이 들어간 모든 말을 기피한다.그래서 금강산에 간 어떤 
기자는 명찰에 소속 표기를 ‘○○일보’라고 해야 했다.북 
한은 ‘한글’이란 말도 거부한다.1999년 8월 옌지에서 남한 
,북한,옌지의 학자들이 모여 한글의 컴퓨터 처리 문제를 논 
의할 때 그 회의 명칭을 ‘코리안 컴퓨터 처리 국제 학술회 
의’라고 해야 했다.북한측이 ‘한글 ’은 불가하고 ‘조선 
글’이어야 한다고 우겨 결국 ‘코리안’으로 낙착되었다. 

 지난달 22일부터 3일 동안 남북한 학자들이 똑같은 목적으 
로 모였다.이 번에도 우리글자 명칭인 ‘한글’이 문제였다.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우리글자 코드 명칭이 ‘한글’(Hang 
ul)로 돼 있는데 1999년 북한이 이를 ‘Korean’으로 바꿔 
달라고 이 기구에 요청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논의됐다.남북 
한 학자들은 ‘정음’으로 바꿔 등록하기로 합의했다.등록되 
면 우리글자 이름은 국제적으로 ‘정음’으로 불리게 된다. 
 
  ‘언문’으로 비하해 부르던 우리글자를  일찍이 주시경
(周時經)선생이 '큰 글'이라는 뜻의 '한글'로 바꾸었으며 이 
이름은 지금까지 잘 써 오고 있다.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 
져 있다.웹스터,옥스퍼드,브리태니카 등 웬만한 사전과 백과 
사전에 ‘Hangul’이 올라 있다.의견이 다른 양방이 합의에 
이르자면 타협과 절충과 양보가 있어야 한다.그러나 이미 확 
고하게 자리잡은 ‘한글’이란 명칭까지 타협과 양보의 대상 
이 되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정음’이란 말은 세종대왕이 붙인 ‘훈민정음’에서 딴 
것이며 ‘한글’이란 말이 생기기 전에도 쓰였고 한때 ‘한 
글’과 공존하기도 했으니 전혀 생소한 것은 아니다.그렇다 
고 해도 이제는 거의 사라진 말이나 같다. 

 남북한 학자들은 컴퓨터 자판 통일,로마자표기법 통일을 여 
러 해 동안 토의해 왔으나 뚜렷한 진전이 아직 없다.민족통 
일이 아닌 한 분야의 작은 통일도 쉽지는 않다.그러나 ‘한 
글’을 치우고 ‘정음’으로 통일한다는 것은 이상하다.‘한 
글’에 무슨 정치성이 있는가.한글의 ‘한’은 ‘한국’의 
‘한’이 아니지 않은가.분단과 정치성이 ‘한글’에까지 영 
향을 주고 있다.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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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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