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 21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17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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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뮤지엄' 면밀한 검토를

문화관광부가 지난 주 밝힌 문화 콘텐츠 개발 전문회사 ‘코리아e뮤지엄’설립 계획을 보면 그 규모가 크고 사업 분야도 광범위하다.문화 콘텐츠 개발 육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정부가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그러나 이 회사 설립 계획이 그 중요성에 비해 충분한 기간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다는 점을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코리아e뮤지엄의 초기 자본금은 2,000억원이라는 엄청난 규모다.그 가운데 절반은 문화산업진흥기금,방송발전기금, 정보화촉진기금 등 공공기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절반은 통신,방송,컴퓨터,인터넷 업체 등에서 유치하겠다고 한다. 다른 부처와 협의하고 관련 업계와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1·4분기에 설립준비위원회를 만들고 상반기중에 이 거대 회사를 설립한다는 시간 계획은 너무 촉급하다.

문화 콘텐츠 사업은 단순한 도로 건설과 다르다.창의성, 자율성,능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정부가 설립하는 회사에서 이런 요소들이 잘 발휘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문화관광부 관계자는 “계획된 투자 및 지원 기능만 정부가 하고 회사 설립부터 운영까지 모든 경영은 철저하게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하지만 과거의 전례들에 비추어 안심하기 어렵다.전면 아웃소싱으로 군소 업체들에게 제작케 하고 코리아e뮤지엄은 기획,투자 및 마케팅을 전담할 것이라는데,그렇다 하더라도 구성원의 창의성과 자율성,조직의 능률은 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예술적 소양과 선별안(選別眼), 비전이 없으면 아웃소싱도 제대로 할 수 없다.지원 기관의 조직이 방만하고 자체 인건비 지출이 과다한 사례를 우리는 보아왔다.

중복 투자와 인력 중복 투입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이미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과의 경계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돈을 이중으로 쓰고 한정된 인력을 중복 투 입하기 쉽다.또 자칫하면 민간에서 의욕적으로 해 오거나 하려던 사업을 꺾을 수도 있다.

문화 콘텐츠란 디지털화한 문화자산이다.디지털화 자료들은 한곳에 집중시켜 놓지 않아도 사이버 공간에서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다. 문화자산들은 개별 기관들이 보유·관리하고 있고 전문인력도 그 곳에 있다.그 기관들이 디지털화 작업을 잘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문화관광부 산하 국립중앙도서관,국립박물관,국립국악원 등의 데이터베이스 작업과 그 보완 작업 등을 들 수 있다.물론 문화 콘텐츠란 여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계획을 보면,코리아e뮤지엄은 상업성이 있는 쪽의 개발도 하게 돼 있다.

코리아e뮤지엄은 주식회사이므로 이익을 내어야 한다.몇년 뒤에는 게임,영화,애니메이션,캐릭터,음악 등의 고부가가치 콘텐츠를 집중 개발하여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한다.수익을 좇다 보면 민간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엄청난 자본력을 지닌 정부 설립 회사가 민간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지 의문이다.민간 업체가 활동할 마당을 좁히고 자생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더구나 수익이 예상되는 분야라면 정부가 나설 필요는 없다.권하지 않아도 민간 기업이 뛰어들 것이다.

오히려 정부는 문화 육성과 국민의 문화 향수권을 위해 긴요하지만 수익성이 없어 민간 기업이 나서지 않는 쪽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디지털’이나 ‘콘텐츠’를 들먹거려야 지원을 받는다고 할 때, 이 쪽에 관심을 쏟고 본령을 등한시하는 예술가들도 많아질 것이다. 문화상업주의에 오염되는 것이다.충실한 예술활동과 정리된 기초자료 등 바탕이 있어야 그 위에서 디지털화한 고부가가치 상품도 나온다.

사전에 치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조급하게 착수하면 시행착오와 낭비를 불러오기 쉽다.기존 정부투자기업조차 민영화하고 있는 추세다.문화 콘텐츠 육성 방안이 꼭 회사 설립이어야 하는지에서부터 설립 방법과 운영 방향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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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1.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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