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월 29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206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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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성인 인터넷방송과 표현의 자유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음란한 동영상 등을 방송한 혐의로 검찰에 붙잡힌 성인 인터넷방송업자 7명이 지난 26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의 발표를 보면 이들은 성인남자들이 어린 여자들과 성행위를 하는 충격적인 장면의 동영상을 방송하거나 인터넷 자키(IJ)로 불리는 여성 진행자를 거의 전라상태로 출연시켜 자위행위와 성 관계 장면을 연출시키는가 하면 네티즌들이 요구할 경우 은밀한 부위까지 서슴없이 공개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에 대한 재판결과는 두고보아야 하겠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인 인터넷방송의 규제문제가 제기되면서 자율이냐, 타율이냐를 놓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편에서는 인터넷방송에서 정도가 지나친 음란성 방송을 한다는 것은 사회도덕률을 파괴하는 만큼 법으로 강력히 규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강제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자율규제에 맡겨야 한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인터넷 방송협회에서는 인터넷 성인방송들이 관련법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기준, 인터넷방송협회가 운영하는 CWC(웹캐스팅자율정화센터)의 윤리강령과 규정을 준수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정관과 규정에 따른 책임을 지는 등 자율정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성명을 22일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성인 인터넷방송에 대해 자율규제가 바람직한가, 아니면 강제규제가 옳은가를 논하기 전에 지금까지 이들 방송들이 어떤 행태를 보여왔는가를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성인 인터넷방송은 음란성의 한계를 넘어 포르노 수준에 이르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99년 7월 출범 당시엔 진행하는 여성 인터넷자키가 상반신을 노출하는 정도였으나 이제는 성행위를 담은 동영상이나 몰래카메라로 찍은 장면도 예사롭게 방영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 방송사이트들에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이 모두 성인이라면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겠지만 상당수가 미성년자들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심하게 말해 "성인용 인터넷 사이트에 성인은 없다"고 해야 옳을 지도 모른다.

제도적으로는 성인 인터넷방송의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반드시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을 기재해야 하며,  사업자는 이를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8월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성인인터넷 방송에 청소년보호법을 적용키로 하고 마련한 인터넷방송사업자 행동지침에는 성인인터넷 방송의 유무료 회원 가입은 반드시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도록 하고 사업자는 주민번호 생성기를 이용한 번호 위조를 막기 위해 정보통신진흥협회가 제공하는 신용확인전산망 등을 통해 이를 확인토록 돼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성인방송은 회원 가입신청을 받을 때 지침에서 제시한 확인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가입을 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청소년들이기 때문이다.

누구든 주민등록번호 생성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아직 아무에게도 부여되지 않은 번호를 찾은 뒤 자기 이름이나 가명으로 가입신청을 하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가입할 수가 있다. 청소년들은 이 방법으로 인터넷 성인방송의 회원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만들어낸 주민등록번호를 성인사이트 회원가입란에 입력하면 1백개 사이트 중 90개 이상은 쉽게 승인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이번에 검찰에 적발된 이 수사에 음란 성인 인터넷방송국들도 이런 가짜 주민번호를 확인하는 장치가 없는 사이트들이었다.

성인 인터넷방송들이 외설로 흐르는 것은 물론 수익성 때문이다. 회원들의 월 회비는 1만∼2만5천원선이며 월 5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방송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방송들이 날이 갈수록 경쟁 상대가 늘어나면서 운영난을 겪게 되자 회원확보를 더 많이 하기 위해서는 음란의 정도를 계속 높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이번에 검찰의 수상대상이 됐던 것이다.

이름 그대로 성인을 위한 인터넷방송이기 때문에 회원들이 모두 성인들이라면 일부 사람들의 주장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규제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사람들은 지침을 외면하고 청소년이나 미성년자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돈벌이를 했음이 드러났다. 그들은 아예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장치도 갖추지 않았다. 청소년들을 보호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신성한 것이다. 그것을 지키려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표현의 자유를 누리기기 쉽지 않다. 누가 그냥 갖다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표현의 자유가 돈에 눈이 어두워 사회적 도덕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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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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