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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는 짧고 직장 생활은 길다
휴가니까, 며칠 집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빈둥빈둥 놀면서 누워서 책도 보고, 그러다가 물리면 괜찮은 비디오나 몇 편 보면 좋겠는데, 이런 한가로움 누리기가 여의치 않다. 가장에게 지워진 짐이 휴가라고 해서 비켜가지 않는다. 가솔을 이끌고 어딘가를 다녀와야 체면이 설 것 같은 분위기를 거스르기 어렵다. 휴가 준비 단계에서 벌써 스트레스는 쌓인다. 없는 동안 별일 없게 직장 일을 미리 해 둘 수 있는 것은 해 놓아야 하니 바쁘다. 휴가 기간을 조정해야 하고 갈 곳을 골라야 한다. 교 통편과 숙박시설을 알아봐야 하며 가지고 갈 물건도 챙겨야 한다. 이렇게 해서, 찌는 더위, 짜증나는 교통 체증, 기분 잡치게 하는 바가지 요금을 겪으며 다녀오게 되니 휴가라는 것이 오히려 고역인 것만 같다. 직장에 복귀해 보면 몸은 고단한데 자리 비운 동안 쌓인 일은 많아서 무엇부터 처리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 온다. 그런데다가 출근 첫날부터 휴가 보고를 빌미로 술자리가 벌어진다. 며칠 보지 못했다고 이 사람 저 사람하고 어울리다 보면 거의 날마다 술타령이기 쉽다. 휴 가 직전 직후 포함해서 꽤 긴 동안 엄벙덤벙대다 여름 다 간다. 어찌됐든, 봉급생활자에게 휴가만큼 즐거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다람쥐 체바퀴 돌듯하는 따분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가족의 정을 두텁게 할 수 있는 기간이다. 돈 까지 받으면서 쉰다는 것이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런 좋은 기회를 누렸으면 새로운 기분으로 열심히 일하자고 다짐하는 것이 당연하다. 고용주 처지에서 보면, 새 활력을 얻어 일 잘 해 달라고 아까운 돈과 시간을 사원에게 투 자한 것이다. 봉급생활자로 있던 내 동료 한 사람이 작은 회사를 차렸는데, 그가 하는 말인 즉슨, 사원 휴가 보내는 것처럼 아까운 일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봉급쟁이 시절 에는 봉급날이 그리 더디 오더니만 봉급을 주어야 하는 자리에 있어 보니 어찌 그리 자주 오는지 모르겠더라고 한다. 그 아까운 휴가를 주어 보냈더니 갔다 와서도 열심히 일하는 기색이 없고 끼리끼리 몰려 휴가중 생긴 일이나 화제로 삼아 떠들고 있는 사원을 보는 고용주의 기분은 과히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열심히 일하는 것은 가족과 즐겁게 살자고 하는 것이니, 고용주에게 는 미안한 말씀이 될지 모르지만, 즐거운 휴가를 누리기 위해서 나머지 많은 날을 열심히 일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 휴가는 끝났다. 짜증나고 힘들었어도 즐거운 추억이 될 일이 더 많았던 휴가. 다음 에 즐길 더욱 멋진 휴가를 기다리며 마음을 다잡고 일에 달라붙을 일이다. 휴가는 짧고 직장생활은 길다. ---------------------------------- 대한매일 DB팀장 국제농기계(월간) 2000.08 --------------------------------- 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