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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 가족 아닌 사람들과 단체 여행을 가서 한 방을 둘 또는 세 사람이 쓰게 되는 수가 있는데, 코를 심하게 고는 나는 걱정이 태산이다. 내가 먼저 잠들어 코를 골면 동숙자들이 잠을 자지 못한다. 남이 잠들기를 기다려 잠을 청해야 한다. 여행하면 대개 몸이 고단해서 눕자마자 잠들고 싶은데 남 잠들기를 기다려야 하니 퍽 괴로운 일이다. 젊을 때는 코골이 소리도 우렁차서, 아파트 아래층 사람이 제발 잠 좀 자게 해 달라는 하소연까지 해 올 지경이었다. 이웃이 나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한다는 말에 놀라서 얼마나 조심했는지 모른다. 모로 누워 자면 코를 덜 곤다고 해서 그렇게도 해 보았지만 잠결에 자세가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내 심한 코골이에 어느덧 면역이 된 아내도 새삼 신경을 써야 했다. 나도 아내도 아래층 사람 못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신경 날카로운 아래층 사람이 내 코골이에 견디지 못해서였는지 다행스럽게도 얼마 안돼 딴 데로 이사했다. 그 뒤로는 마음 놓고 코를 골았다. 아내가 코골이에 다시 신경쓰게 된 것은 내 나이 오십을 바라볼 때였다. 내가 코를 골 때 가끔은 꽤 긴 동안 숨을 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영영 숨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신문 기사를 아내가 읽은 것이었다. 내가 홀로 파리 특파원으로 가 있을 때, 혼자 자다 변을 당할까 걱정이 된 아내가 '코골이뚝'인가 뭔가 하는 베개를 서울서 부쳤다. 이 베개는 첨단 기술을 응용한 것이었다. 잠자는 이의 코고는 소리를 기억했다가 그 다음 코고는 소리가 나면 기억된 소리와 대조한다. 비슷한 소리면 베개를 널뛰기판처럼 기우뚱거리게 해 자세를 고치게 한다. 참 신통한 물건도 있다 싶었다. 그런데, 세상에는 완벽한 인간도 완벽한 물건도 없는 법이다. 잠이 막 들만 하면 코를 골지도 않았는데 이 베개가 꼭 심술꾸러기처럼 공연히 나를 흔들어 깨우는 때가 많았다. 문제는 내가 세든 아파트의 위치였다. 내 아파트는 파리 교외 베르사유 가는 쪽의 큰길 가에 있었다. 게다가 바로 집 앞이 네거리였다. 밤새 내내 차들이 신호등 앞에서 정차와 출발을 계속했다. 코골이 방지 베개가 내 코골이 소리보다 차 출발하는 소리를 먼저 기억하면 차들이 멈췄다 떠날 때마다 나를 혼들어 깨웠다. 생명을 지켜 주는 베개라 해도, 이 물건을 베고 하고한 밤을 허옇게 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귀국할 때 가져오기는 했지만, 91년에 18만원이나 주고 샀다는 이것이 어느 짐 속에 있는지 모르겠다. 젊은 시절, 단체로 포항제철공장과 울산자동차공장을 견학하러 갔다. 한 방을 두 사람이 써야 해서 일행이 호텔 로비에 모여 방을 배정받았다. 그 때, 나는 심하게 코를 고니까 그것을 견딜 수 있거나 나처럼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과 함께 방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자신도 같은 사정이라 걱정했는데 잘 됐다고 기꺼이 동숙을 자청했다. 코골이 양웅의 동숙은 어떠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내 생애에 그렇듯 괴로운 밤이 없었다. 잠이 들만 하면 어김없이 탱크 시동 소리가 바로 곁에서 터져 나와 깜짝깜짝 놀랐다. 아침에 "참 대단하십디다. 코를 곤다 곤다 해도 그렇게 고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한 숨도 못 잤습니다." 했더니, 그는 "아이구, 사돈 남 말 하십니다. 선생 코고는 소리 정말 지독합디다. 녹음 못해 둔 게 한입니다." 하고 되받았다. 둘이 밤새 번갈아 우렁찬 코골이로 서로를 괴롭힌 것이었다. 박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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