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굶주림에서 구해야

북한 인권 문제를 이야기할 때 다른 것 다 제쳐두고, 굶주림과 북 한 탈출자가 이야기되는 것은, 이처럼 시급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들에 따르면, 영양실조로 그 곳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 며, 많은 이가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여 중국 국경을 넘지만 불법 입국 자로서 고초를 겪는다. 중국으로 탈출한 젊은 여성들이 매춘의 구렁으 로 떨어지기까지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것 저런 것 헤아릴 것 없이 식량을 지원할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도움을 받으면서 고맙다는 소리는커녕 어깃장만 놓기 일쑤인 그 쪽 지도층의 언행이 비위를 긁더라도, 지금 많은 사람이 굶어 죽어가 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북한과 관련된 문제를 생각할 때 아무리 편견 없이 생각하려 해도 항 상 거기 필터처럼 끼어드는 것은 교육과 경험을 통해 형성된 관념이 다. 더구나 전쟁을 겪은 세대라면 도무지 지울 수 없는 얼룩이 굳어 있을 수밖에 없다. 내 자신만 해도 비록 유년시절 일이지만 전쟁 때의 공포와 고통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꿈속에서 가끔 생생하게 돋아난다. 긴 세월 받아온 것도 반공 교육이었다.

무력으로 밀고 내려와서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 국토를 잿더 미로 만든 사람들이 여태 그 쪽의 지도층으로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은 아직도 또 그럴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공언한다. 가증 스럽게도 국민들을 굶기면서 위협적인 무기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 북한과 북한 사람들을 보면서, 묵은 경험과 켜켜이 쌓은 교육 위에 새로 측은지심을 얹어야 하니, 사실 혼란스럽고 부담스럽다. 그래 도, 때를 놓치면 소용 없는 일이 식량 지원이다.

지구상 어느 곳에나 인권 문제는 널려 있다. 모든 독재 체재는 국민 을 노예로 만든다. 민주국가라 해도, 보이지 않는 그늘에 인권의 사각 지대가 존재한다. 언제나 문제는 크고 많으며 해결은 적고 더디다. 인 간의 권리 가운데서 첫째 가는 것이 생존할 권리라고 한다면, 굶주림 에서 벗어나 생명을 부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북한 인권 문제 해결 노력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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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데이터베이스팀장)
'국제인권보' 2000.02.15 (국제인권옹호한국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