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만지는 데도 면허증? 골프를 즐기는 분이 말했다. "이젠 어중이떠중이 다 몰려들어 개판이다. 골 퍼한테도 시험을 보여 면허증을 주었으면 좋겠다." 솜씨가 초보인 사람이 필 드에 많이 나와 경기 진행에 지장이 많다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더 들어 보니 골퍼의 예절이 문제였다. 그렇다면 골프 면허 제도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 운전은 면허증 없이 하지 못하지만 아주 못된 운전자가 얼마나 많은가. 인터넷 항해에 면허 제도를 도입하자는 사람들이 꽤 있다. 미국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인터넷 세계에 못된 사람이 우글 거리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리는 사람, 남의 시스템에 침입하 여 망가뜨리는 사람, 채팅이나 온라인 토론에서 도무지 예의나 염치를 몰라 라 하는 사람이 많다. 면허 찬성론자들은 컴퓨터가 자동차보다도 더 심한 악 영향을 사회에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해도 이 또한 면허증으로 해 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도둑은 숟가락을 남의 집 현관문 따는 연장으로 쓸 수 있다. 그렇다고 숟가 락 사용을 면허제로 할 수는 없다. 숟가락으로 간단히 딸 수 있는 문이라면 그 문을 만든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 또 남의 현관문 앞에서 떠드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현관문의 잘못이 될 수 있는가. 컴퓨터 소프트웨어 만드는 사람들은 보안에 문제가 없도록 제품을 내놓아 야 한다. 숟가락으로 딸 수 있는 문처럼 허술한 물건들을 만들지 말란 말이 다. 그리고 사용자 예절 문제는 교육으로 꾸준히 개선해 나갈 수밖에 없겠 다. 면허제는 무엇보다도 '알 권리' 제한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박강문 (칼럼니스트) 벼룩신문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1.08.23 서울칼럼니스트모임 www.columnis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