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와 거미줄       


  북한의 중앙통신이 인터넷 사이트를 12월15일 개설했다는데,그뒤
의 소식은 듣지 못하고 있다.나 자신 이에 별로 관심이 없다.그 이
유는 들여다봐야 뻔한 선전 일색일 것 같고 거기 접속하는 것 자체
가 아직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선전 선동을 중시하는  공산당이 인터넷의 유용성을  지나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라디오로도 일반 국민에게 외국 방송을 듣지 못하게 
하고 있는 그 땅에서 만든 인터넷 사이트니까 순전한 대외용일 것이
다.선전 선동의 표적은 대한민국 국민이기 쉽다.우리 검찰은 한국통
신과 데이콤 등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하는 국내  14개 업체에 중앙
통신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국내 인터넷 접속 서비스 업체들이 그것을 차단하는 것은 쉬운 일
이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오다가다 우연히 들어가
는 뜨내기는 막을 수 있지만,  기필코 들어가 보겠다고 하는 사람까
지 막을 방도가 없다.인터넷은 어떤 나라서나 컴퓨터와 모뎀과 전화
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다. 국내 업체를  통한 경로를 막는다 해도 
외국의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통해 중앙통신  사이트에 연결해서 들
어갈 수 있는 것이다.    

  본디 인터넷은 미국이 적의 공격으로 집중적인 주요 정보저장소가 
파괴되었을 때 전체적인 정보소통이 마비될 것을 우려해서 대비책으
로 만든 통신망 체제였다.그러므로 인터넷은  분산적이다.특히 월드
와이드웹은 이름 그대로 거미줄과  같다.웹 이용은 거미가 거미줄을 
타고 다니는 것과 흡사하다. 

  가령 개미가 나무의 한 가지에서 다른 가지로 옮겨  가려면 두 가
지가 갈라지는 곳까지 되돌아가서 찾아가야 한다. 이런 방식의 통신
망 체제면 가장 끝쪽의 분기점 한 곳만 막으면 된다. 그러나 개미가 
아니라 거미가 거미줄을 타는 방식은 다르다. 거미줄은 가로 세로로 
또는 방사상으로 연결돼 사통팔달이다. 어느 한 곳이 막히더라도 우
회하면 된다.   

  전체주의 체제 밑에서도 철벽 같은 통신 규제에 구멍이 뚫리곤 했
다. 89년 북경 천안문 사태가 일어나고 반체제 인사들이 풍비박산되
었을 때 이들을 격려하는 글들이 팩시밀리를 통해  전세계에서 몰려  
들었다. 북경 당국은 전필(電筆)이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통신 수단
의 위력에 깜짝 놀라 곧  대응 조치를 강구해야만 했다. 

  소련 군부가 고르바초프의  개방과 개혁에 대한  반발로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강제폐간당한 네자비스마야 가제타의  편집국장은 무력
에 최후 순간까지 맞서겠다는 비장한 결의를 팩시밀리로 서방세계에 
알려 감동을 주었다.  쿠데타는 실패하고 용기있는  이 신문은 많은 
독자를 얻으면서 커다른 발전을 보게 되었다.   

  민주국가에서는 음란 정보 규제가 논란 대상이다. 몇년 전,프랑스 
정부는 통신 서비스 가운데서 음란 정보를  솎아내려 하다가 여론에 
밀려 그만두었다. 이때 수십명의 저명 지식인들이 르몽드 지면을 사
서 항의 광고를  했다.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미국 클린턴 정부는 96년 여름 인터넷의 음란 정보 게재를 
규제할 통신품위유지법을 제정하려 했으나 연방법원이 역시 같은 이
유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우리로서는 북한과 관련된 문제라면 간단하지가 않다.북한 통치집
단이 무장침투조를 밀파하여 인명을 살상한 것이 바로 얼마 전이다.
그들이 인터넷을 통해 남한 사회의 혼란  획책을 내버려두어도 좋을 
것인가. 그렇다고 앞서 말했듯이 완전히 막을 수도 없다. 정부는 그
들이 인터넷을 통해 비방과 선동을 자행하면  지체없이 항의해야 한
다.

  북한 라디오 방송을 듣는 사람은 특수한 사람들 빼놓고는 없을 것
이다. 들으라고 해도 듣지 않을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고,듣지 말라
고 해도 막무가내로 듣는 극소수의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는 
다른 재미있는 사이트가 널려 있는  터에, 방송과 달라 통신료도 물
어야 하는데 열심히 들여다 볼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박강문 <서울신문 과학정보부장> 
 뉴스피플 1997.1.9


정보화 사회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