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사회 칼럼] 손님 쫓는 홈페이지

                                         뉴스피플 1998.7.9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손님을 끌자고 하는 일이다.그렇지만,이것
으로 확실하게 손님을 쫓을 수도 있다.대략 다음과 같이 하면, 돈과  시간을
들여 만든 홈페이지로 손님을 쫓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신,최첨단의 기법을 구사하라.낮은 버전의 웹 브라우저를 쓰는  사람을
주눅들게 하면서 즐거워하라.3차원 영상을 보여 주는 VRML을 써서 웬만한 수
준의 네티즌도 따라오지 못하도록 하라. 남이야 볼 수 있거나 말거나 자신의
홈페이지 만드는 솜씨나 뽐내면 되니까.

  자바를 쓸 일이다. 그리하여 다음 화면 나오는 데 10초 이상 걸리게 하라.
 첫 화면이 나오는가 싶더니만,‘자바 시작…’ 이라고 나오면서 10여 초 또
는 몇 분 동안 꼼짝하지 않는 웹사이트. 그 동안 마치 허방에 빠진 듯 웹 나
그네는  나아갈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다. 이런 곳인 줄 알면서 두 번  다시
들어갈 사람은 바보거나 그 비슷한 사람이다. 10초라는 시간이 웹  나그네에
게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라는 것을 잊자.

  화면이 늦게 뜨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또 다른 확실한 방법은 그림이
나 사진을 듬뿍 올리는 것이다.

  1024 x 768 화면을 쓰도록 페이지를 만들면, 많은 사람을 화나게 만들  수
있다. 이보다 해상도가 낮은 화면에서는 연신 좌로 밀고 우로 밀고 해야  볼
 수 있을 테니까.

  한 페이지에 여러 정보를 몰아 넣자.인쇄하면 필요하지 않은 정보까지  한
참 동안 줄줄이 찍히니 종이 장수와 잉크 장수가 좋아할 것이다.

  홈페이지 만들 때 프레임을 사랑하라. 되도록 많이 사용하라. 그리고 세련
된 사이트가 됐다고 자부하라. 웹 길손이 프레임을 웹 디자이너처럼  사랑하
지는 않는다는 것을 무시하라.

  볼 만한 페이지가 있어서, 나중에 또 보겠다고 책갈피를 해 놓고 다시  들
어가면,  그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 초기 화면에서부터 찾아 헤매야  하는
수가 많다. 프레임 덕분이다.

  화면을 인쇄할 때 원하지 않는 프레임 쪽이 찍혀 나오면 기분이 과히 좋지
못하다.  물론 이용자가 조금 주의하면 될 일이다.모든 웹 나그네에게 잔 신
경을 쓰게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상관할 바 아니다.

  흰 화면에 본문 글자를 노란 색으로 하라. 그리하면 읽지 않고 지나갈  것
이다. 읽든지 말든지 상관할 일이 아니다. 바탕을 진한 빛깔로 하고 본문 글
자를 희게 하면 읽기는 좋다. 인쇄할 때 글자가 나오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겠다면,그렇게 할 일이다.  

  홍보나 선전이 전혀 필요 없는 곳이라면, 이용자의 편의 같은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 학자들에게 돈을 대 주는 무슨 재단이라는 곳이 있다.이 기관
은 홈페이지에 연구비 신청서 양식을 압축파일로 올려 놓고, 필요한  사람이 
 내려 받게 하고  있는데, arj 압축방식을 썼다. 한참 물간, 옛날 도스 시절
의 방식이다.

  기업체 같은 곳의 홈페이지는 높으신 분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손님을  쫓
는 지름길이다. 회사의 역사를 길게 소개하고, 회장님이나 사장님의  사진을
대문짝  만하게 실으면 좋다. 그리하여 남의 회사 역사나 거기 높으신  분의
얼굴을 보겠다고 들어오는 한가한 사람들이나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충고하
자면,이런 회사의 주식은 사지 않는 것이 좋다.

  한 번 올려놓은 정보는 되도록 손질하지 말라. 바뀐 간부 명단도 몇  달씩
그대로 둘 일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니까.

  홈페이지 안에서 오다가다 가끔 미아가 되게 하면 좋다.대개 ‘뒤로’가는
  것을 계속하면 나갈 문이 나오지만,늘 그렇지는 않다.뒤로도 앞으로도  갈
수 없게 길이 지워지는 경우가 있다.이런 때를 위해 페이지마다 안내판을 두
는 것을 잊자.그러면 딴 곳으로 빠져나가는 수밖에 없으니까.

  사람을 질리게 하는 좋은 방법 한 가지는 쿠키를 많이 쓰는 것이다.쿠키를
 다섯 개나 그 이상 밀어넣으라.쿠키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웹 사이트를 만드는 사람은 이용자 처지를 잊기 쉽다. 그래서 오는 결과는
돈 들이고 시간 들이고 욕먹는 것이다.


           박강문[서울신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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