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 웹사이트 많다
옛날 사람들은 혜성을 신비스럽게 생각해 혜성의 출현에 특별
한 의미를 붙여 보려 했다.오늘날에는 혜성이 먼지와 얼음의 덩
어리라는 것을 초등학생도 안다.그런데,헤일-밥 혜성 뒤에 오는
유에프오를 타고 천국에 간다면서 지난 3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멀쩡한 사람들 39명이 함께 목숨을 끊었다.`천국의 문'이라는 신
앙집단의 사람들이다. 가이아나에서 인민사원,유럽에서 태양사원
신도들의 집단 자살이 있었던 것과 비슷한 광신 집단의 참극이
다.
'천국의 문' 사람들은 지식 정도도 높은 전문인들로서 '하이어
소스'라는 인터넷 디자인 사업체를 운영하며 공동생활했고
웹 페이지도 개설하고 있었다고 한다.첨단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
이 어떻게 쉽게 맹신에 빠져 그런 자해 참극을 벌일 수 있었을
까.이번 사건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 일로 인터넷을 통한 신앙 전파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게
됐다.인터넷은 효용성이 막강한 만큼 잠재적인 해악성도 클 것으
로 우려돼 왔다.그 우려는 음란물 전파,보안성 취약 등에 관한
것이었으나,이제 올바르지 못한 신앙의 전파도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20세기 막판의 위대한 통신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인터넷의 유용
성에 눈뜬 것은 포르노 업자들 뿐만은 아니었다.종교단체들은 선
교 활동에 인터넷이 훌륭한 매체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인터넷
월드와이드웹이나 뉴스그룹 여기저기에서 종교 활동에 관한 문서
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검색서비스 알타 비스타를 통해 검색어 '종교'를 쳐서 넣으면
30만건의 기록이 있다고 나온다. 여기서 기독교 관계를 빼면 약
20만건의 기록이 나온다.불교,기독교,이슬람교,바하이교 등 기성
종교는 물론이고 전에 듣도보도 못한 신앙집단들이 인터넷을 타
고 있다.아직 집단을 형성하지 못한 숱한 개인 교주들이,저마다
독특한 신앙체계와 규범을 내걸기도 한다.그 가운데는 해괴한 것
도 많아,인터넷은 광인이나 몽상가들의 천국이 아닌가 생각될 정
도다.
인터넷에 널린 종교 관계 정보를 가장 포괄적으로 정리한 웹
사이트는 아마 http://www.nerdworld.com/nw3920.html일 것이다.
여기 수록 항목을 보자.무신론,바하이,성경,불교,기독교,말일성
도교회,종교전자메일잡지들,힌두교,여호와의 증인,유태교,메시아
사상,모르몬교,종교뉴스레터들,오컬트,이교신앙,신학개인페이지,
종교개인페이지,사타니즘,과학론,퀘이커교,도교,통합주의,종교관
계 대학 학과.이 항목들마다 수많은 정보들이 가지에 가지를 친
다.
미국에는 뚱보가 많고 살찌는 것이 두려운 사회여선지 운동으
로 체중 조절하는 헬스클럽 중에는 무슨무슨 사원이라고 이름 붙
이고 엄격한 계율까지 정해 종교 차원으로 끌어 올리려 하고 있
는 곳도 있다.또,어떤 신앙을 지니고 있든지 이교를 신봉하는 사
람은 함께 모여 보자는 사이트도 있다.서양인이 이교라 하면 처
음엔 가톨릭 이외의 모든 신앙을 가리켰다.그러다 기독교,유태
교,이슬람교를 뺀 그밖의 신앙을 뜻하게 되고 요즈음은 소수파
종교나 조직이 미약한 신앙단체,특수한 교리나 계율을 지키는 집
단 들을 뜻하게 되었다.
신봉자가 적고 집단이 작더라도 교리나 계율이 반사회적이거나
반인륜적이지 않으면 사교나 미신이라고 할 수는 없다.지구상의
많은 나라가 헌법으로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남의 신앙에
참섭할 일도 아니지만,상식적으로 판단하여 종교라고 하기에는
주장 자체가 터무니없는 것도 수없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그것들
을 여기에 소개할 필요는 없겠다.지금 시대의 상식이라는 잣대가
뒷날 오류로 발혀질 수도 있겠으나,한 마디로 인터넷은 잡다한
미신들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다.첨단적인 것이 가장 비합리한
것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탐구욕이 강한 청소년들이 컴퓨터를 좋아하고 인터넷 접속을
즐긴다.노상 선교나 방문 선교,책자 선교는 이젠 구식이고 온라
인 선교 메시지가 시도때도 없이 안방에,아이들 공부방에 들어오
는 세상이다.판단력이 충분하지 못한 청소년이 미혹에 빠지지 않
을까 걱정된다.
외곬으로 파고드는 사람들이 때때로 비상식적인 믿음에 휩쓸리
기 쉽다.컴퓨터에 빠져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이런 데 이끌리기
쉬울 수도 있다는 것을 샌디에고 참사가 일러 주고 있다.과학이
발전해도 그것이 채워 주지 못하는 부분은 남고 그 부분은 종교
의 몫인데,집단 자살하는 종교가 있다면 어떻게 보더라도 올바르
다고는 할 수 없다.인지가 깬 밝은 세상이 되어도 여전히 어둠의
골짜기가 있다는 것은 기이하다.
박강문 <서울신문 과학정보부장>
서울신문사 발행 시사주간지 뉴스피플(1997.4.10) '정보화사회 칼럼'
정보화 사회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