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손본 속담



  속담의  생명력은 세대와 세대를 넘는다.그 위대한 힘은, 짧은 
말 속에 담긴 진실과 교훈에서 온다.

  속담  가운데는  시대가 바뀌면서 뒷전으로 밀리다가 사라지는
것도 있다.시대가 바뀌면 사람살이의 형편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변한 세태를 감안하여 속담 몇 개를 내 마음대로 손봐 여기 소
개한다.그 가운데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을 빗댄 반도덕적 표현
도 있지만,그 속에도 역시 한줌 교훈이 담겨 있다.
  
  *가는 말이 거칠어야 오는 말이 곱다
  점잖게  대하면  상대방도 점잖게 나와야 할 텐데,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이런 때는 고압적으로 나가야,상대방이 고분고분하
게  죽어든다.이 새 속담의 생명력이 길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좋
지 않다.

  관청의 문지기도 쭈삣쭈삣거리는 사람은 세세히 검문하고 당당
하게 들어가는 사람은 그냥 두는 수가 있다.
  지방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외종형이 상경하여 교감 교육을 받
고 있다고 하여 삼청동 중앙교육연수원으로 면회 갔다.교원 교육
하는  기관에 어울리지 않게 입구에 집총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
는  것이 좀 이상하기는 했다.나는 태연히 정문을 지나 기획실이
라는 곳까지 들어갔다.그리고는 난리가 났다.어떻게 아무런 제지
도 받지 않고 들어올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그때 막 정권을 장악
한 이른바 신군부의 무시무시한 국보위가 그 건물을 징발해 쓰고
있는 줄을 나는 몰랐던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땅은 남는다 
  지금  나라 경제가 어려워 땅값이 떨어지고 매매가 통 되지 않
는다고  하지만 땅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값이 올라 재미를 보
게 돼 있다.복덕방 하는 친구가 생맥주 한 잔(1천cc) 사고 이 말
의  사용권을 얻어 갔다.토지 중개업 하는 분들 가운데 원하시는
분은 생맥주 한 잔 값으로 이 말을 평생 그리고 자자손손 사용할
수 있다.내게 술 사는 대신, 자선남비에 넣어도 좋다.

  *시어머니 오는 날 잡아 서방 팬다
  "마누라 팬 날 장모 온다"는 말은 이제 빛이 바래 간다.남편이
장악했던 가정의 실권은 여편으로 옮겨 가고 있다.하고 많은 `간
큰 남자' 시리즈를 기억할 것이다.실제로 아내에게 맞고 사는 남
편이 적지 않다는 것을 텔레비전이 특집으로 보여 준 일이 있다.

  시어머니가  시집살이한다는 말이 나온 지는 오래 되었다.남편
과  시어머니를  동시에 혼내는 효과적 방법이라 하여 위와 같은
행위가  빈발하면  큰일이다.이 역시 속담으로 굳어져서는 안 될
말이다.

  *새우 싸움에 고래 등이 간지럽다
  고래  싸움판에 잘못 끼인 새우는 등이 터져 죽을 위험이 있지
만,새우  싸움판을 지나가는 고래는 등만 간지러울 뿐이다.더 심
해 보았자 등이 좀 긁힐 정도다.곁에서 지켜 보고 있다가 시장기
가 들 때,싸움에 넋이 빠진 새우떼를 한입에 삼킬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외환 난리로 국운이 걸린 험한 때를 맞고 있지만,
등만  간지러울 나라도 있고,요때다 하고 큰 입 벌리고 기다리는
나라도  있을 수 있다.우리 난경은 근본적으로 우리 스스로 노력
해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소말리아  사람들이 떼로 굶어 죽고,보스니아에서 처절한 인간
사냥이  벌어지고 있을 때,우리가 어느 정도 심각하게 느끼고 있
었나를 생각해 보자.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한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만 가냐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이 말은 파발마 정도가 가장 빠른
정보전달기구였을 때 생겼을 것이다.
  이제  초고속정보통신시대에 들어섰으니 개정되지 않으면 안될
운명이다.천리  정도가 아니라 수천리,수백만리라도 눈깜짝할 새
에 간다.인터넷 이메일을 생각해 보라.

  컴퓨터  통신  게신판에 글을 올리면 동시에 수만,수십만 명이
본다.웹사이트를 만들어 놓으면 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서도 어느
때나 쉽게 본다.최근에 만든 내 웹 홈페이지(www.chollian.net/~
baggang)를  통해서 미국과 캐나다의 친구와 친지들도 이 칼럼을
읽고 있다.

박강문 <서울신문 과학정보부장>
뉴스피플 1998.1.29

정보화 사회 칼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