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플 1998.6.11
근무 시간에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직원은 고용주나 상사의 눈밖에
나서 다음 인사 때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직장의 값비싼 컴퓨터는
오락용으로 들여다 놓은 것이 아니다.그것으로 게임이나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고용주가 좋아할 리 없다.또 업무 수행에 도움될 지식 습득에는 관심이
없이, 틈이 좀 난다고 게임이나 하고 있는 부하 직원을,어느 상사가 좋아하
랴. 게임은 집에 가서나 할 일이다.
연애편지도 집에 가서 쓸 일이다. 누가 보지 않을 때 쓰는데 연애편지인지
거래처에 보내는 공적인 편지인지 남이 알 게 뭐냐 하겠지만 그게 아니다.
직장 컴퓨터를 이용해서 전자우편으로 보내는 것은, 개봉된 편지를 창 밖으
로 던지는 것보다 더 공개적일 수 있다. 큰 회사에는 대개 구내 전산망이 구
축돼 있다. 들고나는 모든 전자우편은 정해진 길목을 지나가고 흔적을 남긴
다. 전산망 관리자가 보려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사 놓은 증권의 값이 자꾸 떨어져 안절부절 못하고 하루에도 여러 번씩 컴
퓨터로 시세를 알아 보는 사람도 찍힐 수 있다. 미국에서는 그러다가 경고를
받는 회사원들이 있다. 고용주가 피고용인의 컴퓨터 사용을 감시하고 있다
는 이야기다. 그 나라에서는 피고용인이 인터넷으로 어디에 얼마나 접속하는
지를 고용주가 본인 허락 없이 알아 보는 것을 법이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전자우편 검열도 고용주의 당당한 권리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들고 나오는 단체도 있지만, 법을 다루는 많
은 사람들이 고용주의 권리쪽을 편든다.회사의 컴퓨터는 회사 재산이므로 그
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고용주가 알아보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다.
또 외부와 편지를 주고받다가 기업비밀이 새어나갈 수도 있으니 전자우편을
감시해야 한다고 한다.
개인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에 담겨 있는 것도 고용주쪽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회사원은 사적으로 오고간 전자우편들을 아이오메가 지프 같은
착탈형 디스크에 옮겨담고는 하드 디스크에 남은 것을 싹싹 지운다. 그러나
이 방법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서버쪽에서 통과할 때마다 저장하는 방법이
있으니까.
컴퓨터 연결로 이루어지는 모든 일, 특히 인터넷을 통한 왕래는 근본적으
로 유리방 안팎처럼 투명하다.이쪽이 저쪽을 보면 저쪽도 이쪽을 볼 수 있
으며 중간 매개자도 또한 들여다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의
식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자결재나 전자우편이 많이 쓰이지 있지 않으니, 직장
컴퓨터 사용에 따른 개인 프라이버시나 보안 문제가 아직 이야기거리가 되지
않지만, 곧 앞선 나라들이 지나간 길을 따라갈 것이다.
직장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가지 방법
이 있지만 가장 간단하고 바람직한 것은 사사로운 일을 직장에서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게임이나 전자우편이란 걸 모르는 컴퓨터 까막눈이라 걱정없
다”고 안심하는 사람은 이런저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런 태평한
여유를 그리 오래 누리지 못할 것이다.
전자우편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회사 시스템을 쓰지 않는 전자
우편 주소를 하나 따로 가지고 사적인 용도에는 이것을 쓰는 것이 좋다. 인
터넷 접속 서비스 요금도 전보다 내렸고 무료로 하는 곳들도 있다. 웹 기반
의 무료 전자우편 서비스는 접속 서비스 회사에 가입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다.
자기 컴퓨터가 없어도 인터넷 카페 같은 곳에서 쓸 수 있다. 또 이것은 직
장에서 쓰더라도 자기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 편지 내용이 남지 않는다. 공적
인 편지와 뒤섞이지 않으니 편지함이 번잡해지지 않는다. 그래도 직장서버를
거치는 것이 내키지 않는 내용의 것이면 인터넷 접속 서비스 회사에 가입해
집에서 쓸 일이다.
직장의 컴퓨터는 언제 누가 들여다볼지 모른다.자신에게만 필요한 자료는
되도록 개인용 저장매채에 옮겨 간수해야 한다.자리가 바뀌어서 컴퓨터를 후
임자에게 넘겨야 할 때 하드 디스크를 정리해 주는 것이 예의임은 말할 것도
없다.
박강문 [문화생활팀장 http://user.chollian.net/~baggang]